'취약' 등급 저축은행 4곳… 적기시정조치 부과 우려구조조정·합병설 끊이지 않자… 중소형 "대비해야"당국 "경영개선 감독 프로세스… 합병 논의단계 아냐"
  • ▲ 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사진은 내용과 무관.ⓒ뉴시스
    ▲ 서울시내 한 저축은행. 사진은 내용과 무관.ⓒ뉴시스
    저축은행업계의 지각변동 조짐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일부 저축은행이 자산건전성 지표와 관련해 '취약' 등급을 추가로 확정 받을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자발적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서는 업체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구조조정·합병 등을 포함해 업권 재편을 위해 언제 칼을 빼 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축은행 4곳, 자산건전성 '취약' 등급

    20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지표와 관련해 4곳의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태평가 최종 평가 등급을 전달했다. 이들은 4등급인 '취약' 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도 3곳의 저축은행에 취약 등급을 확정했고, 이에 따라 금융위는 안국·라온저축은행 등 2곳에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당국이 부실 위험 금융사에 내리는 경영개선 조치로, 권고·요구·명령 등 3단계로 나뉘고 최고 단계인 '명령'을 받으면 영업 정지 또는 합병·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축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4곳의 저축은행의 경우 적기시정조치 전 단계라는 게 현재까지 당국의 설명이다. 

    다만 업권의 분위기는 뒤숭숭해 보인다. 금융권에서 업권의 구조조정을 통한 합병 등 개편 검토설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당국에서는 경영 개선을 위한 통상적인 감독·검사 과정이라 하지만 워낙 경영 상태가 악화한 저축은행들이 속출한 탓에 업계는 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절반은 10% 이상의 높은 연체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여파로 자산건전성이 손상되면서다.

    저축은행 업계 7위 등 상위권에 위치한 페퍼저축은행조차도 지난 15일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체질 개선과 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화에서 "구조조정은 반드시 인력 조정으로 이어지기보다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의 경영 개선 전반을 말하는데,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하나의 포트폴리오로도 힘들어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에 있다"면서 일부 저축은행의 '취약' 등급 조치 등에 대해 "당국이나 업계 모두 사전적으로 경영개선을 위한 점검과 조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워낙 경색돼 있어 자체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대비에 나서고 있고 또 그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개편 위한 칼 빼들까… 뒤숭숭한 업권

    금융권은 건전성 회복 방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검토하고 있는데, 당국이 최근 차등 규제 등을 골자로 한 업권의 개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차등 규제는 경쟁력을 갖춘 저축은행에 대해선 강화된 건전성 규제를, 소규모 저축은행에겐 감사 및 보고 의무 간소화 등 규제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형사에 대해 보다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대신 영업 범위 확대 및 대형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이 같은 내용의 용역보고서는 지난해 말 박준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내놓은 '자산규모별 은행업 차등규제 해외사례 및 우리나라 저축은행에 대한 시사점' 이란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다만 저축은행업권의 오랜 숙원인 대형화에 대해 당국에선 조심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국 관계자는 "감독·검사 프로세스는 어디까지나 선제적으로 경영 개선을 위한 조치일뿐 반드시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논의로 이어질 단계는 아니다"며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