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방카 25%룰' 19년만에 완화… 손보는 최대 75%, 생보는 33%까지

금융당국이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금융기관보험대리점) 제도를 19년 만에 전면 개선한다. 지금까지 일괄 25%로 묶어놨던 방카슈랑스 판매비중을 생명보험사는 33%, 손해보험사는 최대 75%까지 각각 완화된다.

당국은 방카슈랑스의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을 위해 판매비중 규제 '25%룰'을 19년 만에 개선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는 2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대리점으로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는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과 보험 판매채널 다양화 등의 목적으로 2003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이른바 '몰아주기'를 방지하기 위해 2005년 '방카 25%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특정 보험사 모집비중이 2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다른 보험상품 판매 채널 대비 모집 수수료 상한이 낮다. 다른 채널 대비 상품가격이 저렴하고 불완전판매비율도 낮아 소비자 친화적 채널로서 기능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로서는 방카슈랑스가 CSM(보험계약마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익 구조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점차 제휴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지난해 방카슈랑스에서의 상품판매를 중단했다.

주로 저축성보험 등을 판매하며 방카슈랑스 채널을 선호하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18개사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사는 실질적으로 DB, 현대, KB 등 3개사만 시장에 참여해 규제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국은 우선 혁신금융서비스 1년차인 올해 생명보험 시장에서는 기존 판매비중 25%에서 33%로 1차 완화한다. 손해보험 시장에서는 참여하는 보험사가 4개 이상일 경우 기존 25%에서 50%로, 4개 미만일 경우 75%로 적용한다.

2년차에는 그간의 규제완화 효과, 보험사 재무영향 등을 고려해 판매비중 상향·유지·하향 단계를 결정하고, 이후 혁신금융서비스 운영결과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협의 과정에서 은행 등의 계열사 상품 몰아주기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생명보험의 경우 계열사 판매비중을 25%, 손해보험의 경우 33% 혹은 50%로 유지하는 혁심금융사업자 부가조건을 부여한다.

또한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이 제휴 보험사별 판매비중을 월별 공시하도록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사 상품 제휴 요청을 거절하거나 차별하지 못하는 조건도 부과한다.

아울러 중소형 보험사의 공정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상품 비교·설명 의무를 강화한다. 특히 제휴된 상품 중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사 상품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설계사의 상품별 판매수수료 정보도 별도 안내해야 한다.

생명보험업계는 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초 생보업계는 '25%룰'이 완화되면 은행들이 계열사 상품을 우선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우려했다. 생보협회는 이러한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당국이 금융기관의 계열사 생보 상품 판매비중으로 25%로 유지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을 모두 가진 지주사만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업계 우려가 있었지만 계열사 생보 상품비중은 25%로 유지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손보업에서도 규제 완화폭이 커진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시장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50%에서 75%까지 완화하는 것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판매 채널이 다변화한 데다 업계에서 방카 자체가 손익 구조에 엄청 유리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