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서 에픽게임즈 제3자 앱 마켓 출시 승인… 초강력 규제 DMA 의식美 셔먼법, 日 스마트폰 경쟁 촉진법 등 글로벌 빅테크 반독점법 정조준韓 방통위 거듭되는 탄핵에 업무 공백… 반독점 규제 무풍지대 직면"법의 사각지대 허점 이용해 빅테크 시장지배력 공고, 규제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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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반(反)독점 규제에 납작 엎드렸다. 반면, 주무부처 수장 공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들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높여가는 형국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유럽에서 '제3자 앱 마켓'을 출시하도록 승인했다. 그 대상은 2020년부터 애플과 법정 분쟁을 벌여온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다.

    에픽게임즈는 아이폰 운영체제 iOS에서 자체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싶지만, 애플이 이를 막으며 시장을 독점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1월 미국 법원은 앱스토어 밖의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애플의 행태가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지난달 애플의 앱스토어 규정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올 3월 시행된 DMA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이다. DMA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은 구글·애플 등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우려하며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 '셔먼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제소하기도 했다. 셔먼법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미국의 반독점법이다. 일본 의회도 지난달 제삼자 앱마켓을 허용하고 검색에서 자사 서비스 우선 표시를 금지하는 골자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을 통과시켰다. 

    글로벌 미운 오리로 전락한 빅테크로서는 각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애플이 소송전까지 불사했던 에픽게임즈의 입점을 허용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아이폰에 제3자 앱스토어 설치를 허용했으며, 인앱 결제 수수료도 30%에서 17%로 낮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U DMA 등 초강력 규제법의 1호 대상자가 되는 것은 피해야 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빅테크를 제재하지 않는 규제 '무풍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구글갑질방지법'으로 불리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바 있다. 이후 2년 만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애플과 구글에 각각 과징금 205억원, 475억원을 부과하는 시정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통해 제재안을 상정·의결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특히 정치권의 외풍으로 방통위원장이 연이어 물러나면서 정책 추진이 기약없이 늘어지고 있다. 

    김홍일 전 위원장도 6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방통위는 1인 체제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가 미국과 EU 등에서 빅테크가 독점 철퇴를 맞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들을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구글은 원스토어보다 최대 59%, 애플은 76.9% 앱 결제 비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수수료율 30%를 적용하면 구글 앱 마켓 매출액은 3조 5061억원, 애플은 1조 4751억원으로 추정된다. 

    구글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서도 지난해 한국 매출은 3653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지만, 법인세 납부규모는 155억원으로 8.3% 감소했다. 앱마켓 인앱결제 수익 등은 매출 내역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조세 회피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거듭된 탄핵에 따른 업무 공백으로 빅테크 제재안도 수년이 걸리고 있다"면서 "법의 사각지대 허점을 이용해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관련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