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무기로 국내 공략 중인 중국 이커머스저품질 이슈와 쉽지 않은 교환·반품 등 서비스로 신뢰도 낮아중국 이커머스 이용해본 소비자들, 연속 구매에는 부정적
-
“싼게 비지떡이라더니… 배보다 빼꼽이 더 크네요.”최근 중국 패션 플랫폼에서 옷을 여러벌 구매했다가 낭패를 본 직장인 A씨의 하소연이다.A씨는 비싸봤자 3만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는 옷들에 혹해 ‘일단 사보고 아니면 반품하자’는 생각으로 충동구매를 했다가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받아본 제품의 품질이 기대 이하였던 데다, 단순변심으로 반품을 하려니 구매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들었기 때문이다.불편을 겪은 A씨는 스마트폰에 있던 쇼핑 앱을 삭제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할때는 교환이나 반품이 잦은 편인데 중국 플랫폼들은 이 부분이 너무 번거로워 다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통해 한국 시장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공략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해 7월 '테무'가 한국에 진출한지 1년이 다되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다.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은 이들의 가진 최대 무기다. 그러나 사그라들지 않는 품질 이슈와 번거로운 교환・반품 서비스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알리익스프레스, 테무와 함께 중국 3대 쇼핑앱으로 불리는 패션 플랫폼 ‘쉬인’의 경우 지난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 오픈한데 이어 패션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에 지난 8일부터 오프라인 팝업을 운영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쉬인은 최신 패션 트렌드를 파악해 디자인한 후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최대 10일이면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에 출시하는 신상품만 6000개가 넘고 아이템 하나 당 평균가격은 14달러(한화 약 1만9000원) 수준이다.엄청난 가성비를 무기로 글로벌 이용자가 증가하기 시작하자 국내에서도 쉬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라인 패션 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 교환, 반품, 환불 서비스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
한 소비자는 “단순변심이건 불량이건 반품을 위해서는 구매자가 직접 비용을 들여 반품 주소로 보내야 한다”며 “문제는 해외로 반송해야 하는 탓에 택배비가 거의 구매금액 만큼 나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교환이나 반품이 비교적 수월한 국내 패션 플랫폼들과는 달리 중국 플랫폼은 고객센터와의 소통부터 쉽지 않은 탓에 애를 먹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제 2의 쉬인’으로 불리는 샵사이다의 경우 교환이나 반품을 위해 고객센터에서 1대 1 채팅을 요청하면 해외 상담센터로 넘어가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한다.샵사이다로 옷을 구매했다가 반품 경험이 있는 소비자 B씨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탓에 한국어로도 가능한 카카오톡 고객센터를 이용했지만 답변을 받는데에만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종합몰 앱 순위 5위권 안에 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도 이같은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업체는 초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파고들면서 지난 3월 국내 이용자 수 정점을 찍기도 했지만 품질, 안전성 이슈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은 알리·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화장품, 어린이제품, 차량용방향제, 이륜자동차 안전모 등 88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약 31%에 달하는 27개 제품이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중금속과 방부제 등이 검출됐기 때문이다.최근 자녀 생일파티에 필요한 소품들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적이 있다는 한 소비자는 이같은 뉴스를 보고 경악했다.
그는 “아이들이 소품을 가지고 놀다보면 피부 접촉은 물론이고 입에 넣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저렴한 맛에 사용해보긴 했지만 솔직히 신뢰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처럼 알리나 테무, 쉬인 등을 사용하는 이들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와 비례해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SNS, 커뮤니티에서는 오리지널과 비슷한데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저렴해보이는 대상을 ‘테무 버전’이라 칭하는 등 중국 이커머스를 비꼬는 밈(meme)도 등장했다.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위주로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신선한 맛에 중국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어느 나라보다 품질과 서비스에 예민한 국내 소비자들 특성 상 한국 시장은 중국 이커머스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