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MA 잔고 규모 85조 원대…연초 대비 14.2% 증가발행어음형 최고 연 3.25% 수익률…은행 '파킹통장' 대비 높아은행권 수신 금리 인하 추이…대기성 자금 위험자산 유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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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증권사 종합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몰리고 있다.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및 파킹통장의 금리가 낮아지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증권사 CMA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증권사 CMA 잔고 규모는 85조36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CMA 잔고가 74조7814억 원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약 14.2%가량 늘어났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예탁금을 받아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어음, 단기 회사채 등의 금융 상품을 운용하고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RP형·머니마켓펀드(MMF)형·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하루만 돈을 맡겨놔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이른바 '증권사 파킹통장'으로도 불린다.

    증권사 CMA는 지난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이 공격적인 금리를 제시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은행 금리가 다시 하향 안정화하면서 CMA 잔고는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RP‧MMF‧발행어음형 상품에 모두 자금이 골고루 유입됐다. 

    특히 RR형의 경우 같은 기간 연초 28조9516억 원에서 34조1270억 원으로 5조1754억 원(17.9%)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세를 기록했다. MMF형과 발행어음형도 각각 연초 대비 8.7%, 5.2%가량 잔고가 늘었다.

    업계에선 특히 최근 발행어음형 CMA에 주목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만 취급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발행어음형 CMA는 가입한 증권사의 발행어음에 자동으로 투자해준다. 투자자가 따로 상품을 매매하지 않아도 CMA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알아서 수시형 발행어음을 매수하는 게 특징이다.

    이 중 발행어음형 CMA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연 3.25%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어 한국투자증권(3.20%), NH투자증권(3.00%) KB증권(2.90%)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이는 최근 토스뱅크가 입출금통장인 '토스뱅크통장'의 기본금리를 연 2%에서 연 1.8%로 0.2%포인트 낮춘 것과 비교하면 수익률 면에서 매력이 있다. 

    카카오뱅크 또한 지난 2월 파킹통장 '세이프박스'의 기본금리를 연 2.10%에서 2.00%로 0.1%포인트 인하했으며, 케이뱅크도 지난 4월 대표 상품 '생활통장'의 금리를 1%포인트 낮춰 현재 2%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증권사 CMA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CMA는 은행들과 달리 고금리의 이자를 보증하는 예금 한도가 없다는 장점도 투자자들에게 부각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가 다소 지연됨에 따라 불어난 시장의 대기성 자금이 결국 위험자산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권의 MMF, CMA 등 대기성 자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라며 "증권사 MMF 및 CMA 잔액은 각각 200조 원, 83조 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미국 물가 및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둔화하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라며 "매크로 지표가 금리 인하에 유리한 방향으로 발표되기 시작하면 해당 자금은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