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국민연금 급여액이 보험료 추월베이비붐 세대 은퇴 맞물려 수급자 급증할 전망국민연금 이자 수익은 변수 … 기금 적립금 당분간 증가
  • ▲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뉴시스
    ▲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뉴시스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3년 후인 2027년에는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급여 지출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활동인구 감소로 가입자는 줄어들고, 베이비붐 세대의 계속된 은퇴로 수급자는 급증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11일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 보고서를 보면 올해 국민연금 수급자는 735만7515명이다.

    이 수는 2027년까지 매년 60만명 수준으로 급증해 2027년 816만4834명, 2028년 934만4388명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4년간 198만6873명이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거대한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서 수급자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

    첫 주자인 1955년생은 2016년부터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하면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앞으로 1961∼1963년생이 각각 2024∼2026년에 차례로 노령연금을 받기 시작한다.

    보고서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인구수뿐만 아니라 가입 이력을 가진 이들도 이전 세대에 비해 많다"며 "연금 수령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 이상인 사람의 비중도 높아, 전망 기간(2024∼2028년) 동안 노령연금 신규 수급자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수급자가 계속 늘면서 연간 급여액 총액도 2024년 45조1980억원에서 2028년 73조5654억원으로 늘 전망이다.

    반면,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는 올해 2205만4921명에서 2027년 2155만2859명, 2028년 2141만793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4년 만에 64만4128명 줄어드는 것이다. 

    가입자 감소에도 임금 상승 등으로 보험료 수입은 2024년 60조7857억원, 2025년 62조221억원, 2026년 63조2093억원, 2027년 64조3535억원, 2028년 65조3639억원 등으로 당분간 꾸준히 늘어난다.

    그렇지만 수급자 증가로 연금 급여 지출도 2024년 45조1980억원에서 2025년 51조9564억원, 2026년 59조5712억원 등으로 급증해 2027년이 되면 67조6071억원에 달하게 된다.

    따라서 2027년부터는 급여액이 보험료보다 커지게 된다. 가입자로부터 들어오는 돈보다 수급자에게 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다만, 그간 적립금을 굴려서 거둔 투자 운용 수익과 이자 수입 덕분에 당분간은 전체 수입이 지출보다 많아 기금 적립금은 계속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올해 41조5241억 원 수준인 이자 수입이 4년 후인 2028년에는 60조6234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립 기금은 2024년 1092조394억원에서 2025년 1146조9911억원, 2026년 1202조2252억원, 2027년 1254조7981억원, 2028년 1306조180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공전하는 연금개혁 … "늦어질수록 미래세대 부담↑"

    국민연금 급여액이 보험료를 역전하는 시기가 코앞에 왔지만 연금 개혁은 좀 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연금추계위)의 제5차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 최대치인 1755조 원에 도달한 뒤 줄어들기 시작해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행인 9%와 40%로, 기금 투자 수익률은 연 4.5%(1988~2023년 수익률은 연 5.9%)로 가정한 결과다.

    이처럼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임박했지만 정치계·학계 등에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22일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늘리고 보험료율을 13%로 높이는 '소득보장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재정안정안' 두 가지를 놓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소득보장안'을 지지하는 시민이 더 많았다. 시민대표단 492명 중 56.0%가 소득보장안(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을, 42.6%는 재정안정안(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12%)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후 야당에서는 소득대체율 45%, 여당에서는 소득대체율 43%를 고수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민연금을 이원화해 '신(新)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KDI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신연금과 구연금으로 분리하고,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는 완전적립식으로 운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만 연금으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각계에서 여러가지 안을 내놓고 있지만 통일된 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현재 연금개혁은 지난 5월 모수 개혁을 하려는 직전 단계까지 갔다가 무산되면서 원점 상태가 됐다"며 "개혁 속도가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연금개혁이 되려면 정치적으로 협치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정치 대립은 연금개혁을 위한 건전한 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개혁이 연기되더라도 당장 가시적인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논의가 늦어질 수록 연금개혁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것은 미래 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