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33배 면적의 재배지 침수 … 충남 서천 중심벼 재배지 피해 커 … 농작물 중심 물가 우려 조짐8월부터 태풍 전망 … 비닐하우스 낙과 피해 대비
  • ▲ 논산시 연무읍 마산천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인근 농경지가 침수됐다. ⓒ뉴시스
    ▲ 논산시 연무읍 마산천 제방 일부가 유실되면서 인근 농경지가 침수됐다. ⓒ뉴시스
    여러 지역에서 나흘간 내린 강수량이 이미 평년 장마 기간의 평균 강수량을 뛰어넘으면서 농경지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안정세를 찾던 물가가 먹거리 중심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밥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최근 내린 폭우로 여의도 면적(290ha)의 33배에 가까운 재배지가 침수되거나 낙과 등 피해를 입었다. 1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지난 나흘간 현황을 보면 농작물 침수는 9522㏊에 달했고, 농경지 유실·매몰은 88.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가장 많은 농작물 피해를 본 곳은 충남으로 전체 피해 규모의 73.6%(7008.6㏊)에 이르는 농작물 침수가 발생했다. 이 중 서천 지역에 4258.6㏊의 농작물 침수 피해가 집중됐다.

    경북과 전북은 각각 1318㏊와 1008.2㏊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이 외에도 대전(89.3㏊), 대구(54.7㏊), 충북(39.3㏊), 경남(3.4㏊), 경기(0.5㏊) 등 전국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품목별로는 벼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전체 피해 중 78.3%에 이르는 7456.3㏊가 벼 재배지에서 일어났다. 콩(468.2㏊), 고추(309.1㏊), 수박(116.2㏊), 포도(99㏊), 멜론(85.8㏊), 참외(73.5㏊) 등이 뒤를 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장마철에 대비해 배수장을 사전에 점검했음에도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폭우가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쏟아지면서 채소 등 농작지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올해 초반부터 발생한 사과 가격을 비롯한 과일 가격 상승이 지난해 폭우 등 날씨 문제에 기인했던 만큼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실제로 7월 초부터 시작된 폭우에 주요 농산물 가격은 벌써 상승세를 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오이(10kg) 가격은 2만2000원으로 2주 만에 8667원(65%) 올랐다. 청양고추(46.8%), 시금치(41.1%), 상추(31.3%) 등 주요 채소류 가격도 일제히 치솟았다.

    문제는 이런 장마 이후로도 농작물에 피해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장마는 7월 중순까지 진행되고 8월부터 태풍이 우리나라로 오기 시작한다"면서 "비닐하우스는 장마보다 바람에 더 취약한 만큼 낙과 등 피해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배추·무 등 주요 채소류의 생장이 평년보다 저조하다는 점도 우려에 힘을 싣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7월 관측보고서에서 "여름 배추와 여름 무의 생육 상태가 전년 대비 부진하다"면서 "병충해 발생은 미미하나, 고온이나 가뭄으로 전반적인 생육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