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하 검토 언급… "금통위원 2명, 3개월 내 인하 여지"물가 둔화세에 금리 인하 환경 평가… "점차 목표 수렴""시장 너무 앞서나가"… 부동산·가계대출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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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물가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통화긴축기에 접어든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하 검토’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물가흐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5월보다 훨씬 더 컸다”며 “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해 가계부채 문제가 실제 금리인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창용 "차선 바꿀 때 됐다"…금리인하 검토 시사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이번까지 12회 연속 금리를 묶어둔 것이다. 기간으로는 1년 6개월째, 역대 최장 동결기록이다. 

    금통위원들은 이번에 당장 금리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물가둔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통위는 금리 동결 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목표 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하 시기 검토’는 지난 5월 금통위 때까지만 해도 없었던 문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면서 사실상 기준금리 논의가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물가만을 가지고 고려할 때는 예상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물가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면서 “물가만 놓고 본다면 이제 금리인하를 논의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3개월 이후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금통위원의 수도 2명으로 늘었다. 금통위는 한국판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을 내놓는다. 그동안은 지난 2월부터 1명의 위원이 3개월 후 인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 총재는 “2명의 위원은 기본적으로 물가가 많이 낮아져서 금리 인하 가능성 논의할 분위기 조성됐고 외환시장 동향 및 가계부채 추이를 지켜보자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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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하 ‘깜빡이’ 켰지만… 가계부채 최대 변수

    이 총재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진전된 금리인하 시그널을 냈지만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며 시장의 기대 심리 확산을 억제하려는 모습이었다. 

    이 총재는  "물가 그리고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미국의 정책 결정이 외환시장하고 환율에 주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사항이긴 하지만 이번 발표에 많이 강조했듯이 가계부채, 수도권 부동산 가격 등 국내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도 그에 못지않은 고려사항”이라고 덧붙였다.

    7월 금통위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도 지나친 금리인하 기대로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대다수의 금통위원은 현재 저희가 당면하고 있는 물가 그리고 금융안정 사항을 고려해 볼 때 지금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이러한 기대를 선반영해서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 등이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금통위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아니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기대를 너무 크게 해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그런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 금리인하 전망 시점 10월로 압축… "미국 다음"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등장하지 않음에 따라 8월과 10월로 갈리던 시장의 인하 시점 전망은 10월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 총재가 가계부채를 비롯해 환율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만큼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미국의 상황에 따라 8월 인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총재가 그간 미국이 확실한 금리인하 신호를 준다면 실제 금리인하 시점의 물리적인 시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용 지표와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하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내면서 '9월 금리 인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하원의회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지만 아직 확실히 그렇게 말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면서도 "미국 경제가 물가안정과 낮은 실업률로 향하는 길에 있다"고 말했다.

    또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는 "기준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경제에 오히려 위험해진다"며 금리인하가 조만간 있을 거란 사실을 시사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이번 주 공개되는 미국 CPI가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9 월 인하를 위한 경로는 유지될 것”이라면서 “아직 9월 인하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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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경계수위 높이는 금융당국‧은행권

    한은이 애써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려 했지만, 최근 급증세를 보이는 가계대출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 주담대는 4월 4조5000억원, 5월 5조7000억원, 6월 6조3000억원 등 3개월 연속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전날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주택 관련 대출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출금리 등의 여건 변화를 볼 때 상방압력은 다소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고삐를 다시금 쥐어잡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금통위를 하루 앞둔 10일 은행 실무자를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달 들어 전세자금 대출과 부동산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서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다.

    당국은 오는 9월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과 더불어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DSR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세대출을 옥죄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우선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에만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