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HD현대, KDDX 선정 두고 수년간 갈등경찰 고발, 명예훼손 고소 등 감정대립 격화정치권 개입 확전. 김동관-정기선 라이벌 구도 영향LS전선-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기술유출 문제로 갈등
  • ▲ 한화-HD현대, LS전선-대한전선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찰수사 결과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데일리DB
    ▲ 한화-HD현대, LS전선-대한전선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찰수사 결과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뉴데일리DB
    한화오션과 HD현대,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기밀 및 기술 유출 등의 사유로 분쟁을 벌이고 있다. 핵심 시장에 대한 주도권 잡기 일환으로 보여진다. 기업 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당국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총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선정을 두고 수 년간 갈등을 벌이고 있다. 

    KDDX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가 수주한 상태다. 

    HD현대는 “기존 관례에 따라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등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공정하게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HD현대 직원 9명은 KDDX 등에 관한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한화오션은 올해 3월 “직원 외에 임원이 개입했다”면서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의계약에 대한 부당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HD현대는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양사 갈등은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더욱 확전되고 있다. 서일준 국회의원(국민의힘·거제)은 이달 3일 “방위사업청은 특혜 논란이 이는 KDDX 수의계약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거제 지역은 한화오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서 의원이 한화오션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반면 HD현대의 영향력이 큰 울산 지역은 다른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 ▲ 김동관(왼쪽), 정기선(오른쪽) 라이벌 구도도 양사 갈등에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뉴시스
    ▲ 김동관(왼쪽), 정기선(오른쪽) 라이벌 구도도 양사 갈등에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뉴시스
    게다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간 라이벌 구도도 양사 갈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40대 초반이라는 나이, 차세대 재계 리더로 각광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부회장 모두 경영 승계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 KDDX 갈등이 겹쳤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경찰 수사가 나온 이후 KDDX 사업자 선정방식 등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수사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에 나올 것으로 예측됐지만 다음달쯤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수사결과가 ‘혐의있음’으로 나온다면 HD현대, ‘혐의있음’으로 검찰에 송치하면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결과가 KDDX 사업자 선정의 향배를 결정할 변수로 급부상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도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관련해 대립하고 있다. 

    먼저 LS전선은 지난달 13일 ‘LS전선 기술자료의 경쟁사 유출’ 관련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포문을 열었다. 
  • ▲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관련 대립하고 있다. ⓒLS전선
    ▲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관련 대립하고 있다. ⓒLS전선
    LS전선 측은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R&D 등에 1조원을 투자해왔다”면서 “기술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며, 향후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대한전선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LS전선은 전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개에 달하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업체는 자사를 포함해 유럽, 일본 등 6개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전선도 바로 입장문을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면서 “2016년 이후 당진 소재의 기존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가운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 등을 입건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수사결과에 따라 대응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며 일단 갈등은 소강상태에 놓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실제로 LS전선은 이달 10일 1조원을 투자해 미국 동부 버지니아 체사피크에 해저캐이블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달 2일에도 미국 서부에 1000억원 규모 해저케이블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수주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