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자들, 세금 부담에 해외 이주 … 5년간 2배 급증최대 60%의 상속세 납부 … OECD 회원국 중 최상위싱가포르·홍콩은 세제혜택 추진 … 투자 유치 가속화
  • ▲ 지난달 30일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 출발비행기 안내판 ⓒ연합뉴스
    ▲ 지난달 30일 오전 김포공항 국제선 출발비행기 안내판 ⓒ연합뉴스
    최고세율 60%에 달하는 세계 최고의 상속세로 개편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세부담에 해외로 떠나는 한국 상장사 대주주가 5년 동안 2배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동남아에 몰리는 전 세계 슈퍼리치가 급증하며 한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15일 국세청의 국외전출세 현황에 따르면 상속·증여세 부담에 지난해 해외로 떠난 상장사 대주주는 26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세제가 처음으로 시행된 2018년(13명)에서 2019년(28명) 급증했으나 2020년(11명) 대폭 감소한 이후 2021년(18명), 2022년(24명)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국외전출세는 대주주가 해외로 이주할 때 국내에 보유한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매기는 세금이다. 이는 상속세 부담에 따른 국내 이탈 현황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다.

    자산가들의 국내 이탈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영국의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 한국의 고액 순자산 보유자 순유출을 1200명으로 전망했다. 중국(1만5200명)과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이탈의 배경으로는 높은 상속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50%다.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는 만큼 자산의 해외 도피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집값과 물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상속세 공제 기준이 28년째 그대로인 만큼 개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싱가포르·홍콩 등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마련해 전 세계 부자들의 투자 유치를 끌어들이고 있다. 28년째 상속세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 경영을 포기하거나 집안 다툼이 빈번히 일어나는 우리나라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는 상속세, 배당소득세가 없고 법인 세율은 17%로 단일화돼 있다. 거주자 펀드 제도를 활용하면 법인세도 완전히 면세되는 혜택을 받는다.

    최근 홍콩은 총자산 가치가 2억4000만 홍콩달러(약 420억원) 이상이고, 투자 금액이 200만 홍콩달러(약 3억5000만원) 이상인 싱글패밀리오피스(SFO)의 법인세 부담을 완전히 철폐했다. 배당금과 이자에 대한 세금도 면제된다.

    홍콩과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금이 몰리면서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비상장기업에 사모펀드로 투자하는 현상마저 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시장으로 가는 자금을 빨아들이고 홍콩은 중국 본토로 가는 창구로서 대량의 투자를 받는 만큼 우리나라와 경쟁국으로 봐도 무방하다.

    글로벌 부자들의 유입은 초기 자금 확보가 중요한 스타트업의 투자를 이끌고, 펀드를 통한 주식 간접 수급 개선으로 증시 밸류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투자를 이끄는 이러한 현상에 우리나라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는 우리나라 기업이 주요국의 기업에 비해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며 "기업의 자본 생산성 증대와 더불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 활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