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직원에 트래블카드 신규 목표 부여… 실적 줄세우기 노조, 구태의연한 영업방식 경고… 신한은행도 ‘지인 영업’ 나서신규 고객 확보‧여름 휴가철 맞물려 유치 경쟁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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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본점 직원 A씨는 최근 들어 가족과 지인들에게 ‘위비 트래블 카드(해외여행 체크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하고 있다. 상품영업 관련 부서가 아님에도 은행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직원별 목표를 부여하는 등 영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서에서는 ‘직원 1명당 50개 신규 유치’라는 기준이 제시돼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외화 특화 카드를 쏟아내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에서 지나친 영업 압박이 벌어지며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자율적으로 영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우리은행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영업 강제 등 구시대적인 영업방식이 재연되고 있다”며 반발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11일 위비 트래블 카드에 대한 실적압박과 무리한 경쟁을 부추기는 경영진에게 경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해외여행에 특화된 혜택을 탑재한 ‘위비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하고, 직원당 50개씩 영업할 것을 주문했다. 영업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포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타행들은 작년부터 일찍이 해외여행 특화카드를 출시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이제야 발등에 불 떨어진 마냥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으로 과도한 실적압박과 무리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영업본부, 부서장은 실적압박을 위해 개인별 실적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줄세우기를 하고 개인별 할당을 주는 영업방식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허수영업을 야기시키고 과열경쟁과 무리한 실적을 부추겨 리스크로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외여행 특화카드 시장의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기 위해 구태의연한 마른수건 쥐어짜기 영업방식으로는 돌파구가 될 수 없다”면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시하고 전행 차원의 홍보를 통해 고객 눈높이에 맞는 정도영업에 몰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은행에 앞서 지난 2월 ‘쏠 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인 신한은행도 카드 발급 실적에 발벗고 나섰다. 

    신한은행 직원들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트래블 체크카드 가입 링크를 공유하며 신규 카드발급을 권유하고 있다. 상품 영업과 관련 없는 본부 부서 직원들도 영업에 나선 상태다. 

    은행들의 외화 서비스 각축전은 하나은행, 하나카드가 지난 2022년 선보인 ‘트래블로그’가 성공을 거두면서 촉발됐다. 

    이후 지난 1월 토스뱅크가  ‘평생 무료 환전 외환 서비스’를 내세운 외화통장으로 흥행을 이끌었고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이 뒤따랐다. 

    최근 여름 휴가철까지 맞물리면서 해외 여행객들을 겨냥한 특화 체크‧선불카드가 인기를 얻으며 은행권 경쟁이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잇따라 트래블카드 유치에 힘을 쏟는 이유는 신규 고객 확보와 요구불예금 확대, 충성고객을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여기에 라임펀드 사태 이후 사모펀드 등 파생상품 판매길이 막히면서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보를 위해 외환서비스를 새 먹거리로 삼은 점도 출혈경쟁에 한몫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유사 상품을 내놓다 보니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도래한 만큼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들의 유치 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