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전 유턴' 현상 … 원전 시장 2025년 916GW로 확대문재인 정부 거치며 원전 경쟁력 후퇴 … 야권세력 어깃장 여전체코 원전 잭팟 계기 정치권도 원전수출 대승적 지원책 내놔야
  • ▲ 월성원자력발전소(오른쪽 첫 번째 신월성 2호기) ⓒ정상윤 기자
    ▲ 월성원자력발전소(오른쪽 첫 번째 신월성 2호기) ⓒ정상윤 기자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원전) 확대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종전 '단계적 원전 폐기' 정책을 뒤집고 신규 건설에 앞다퉈 나서는 등 '원전 유턴(U-Turn)' 현상이 세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탄소 중립과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따른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성이 원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체코 원전을 수주한 한국 입장에서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해 추가 수주의 길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념에 기반한 탈(脫)원전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 암흑기를 거치며 원전 경쟁력이 후퇴한 것도 모자라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전) 건설 예산을 삭감하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사고 시 방사능 유출 우려를 이유로 원전 건설 반대에 여념이 없다.

    18일 파이낸설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14일(현지 시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35년 만에 재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질베르토 피케토 프라틴 이탈리아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10년 안에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가 가동될 수 있도록 SMR 투자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붕괴 사고 이후 1990년부터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한 바 있다.

    탈원전 기조를 이끌던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4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지난 1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기 위해 대형 원전을 추가하는 구상을 담은 민간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스웨덴도 지난해 향후 20년간 최소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원전 수주로 주목받고 있는 체코는 현재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원전 6기를 운영 중인데 최대 10기로 확대한다. 늘리는 원전 4기는 한수원을 비롯한 전력공기업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하는 '팀코리아'가 수주에 성공했다. 

    중국은 지난 5월 광시좡족 자치구 팡청강시에 56번째 원전 팡청강 4호를 완공했다. 연내 3기를 추가로 완공할 계획이며 일본은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자력 발전소 3·4호기의 운전 기간을 20년 연장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로 인해 통산 최장 60년간 원전 운전이 가능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슬로바키아, 폴란드, 스웨덴, 튀르키예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명시한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경제적으로 유리한 원전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최선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원전업계에선 글로벌 원전 규모도 현재 396GW(기가와트) 수준에서 2050년 916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 2021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 ⓒ연합
    ▲ 2021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 ⓒ연합
    반면 우리나라는 문 정부 5년간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고급 인력 확보와 신기술 개발(R&D)이 더디다. 이런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탈원전 정책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집을 꺾지 않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에 이르렀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방폐법)은 본회의에서 회부되지 못하고 폐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가동한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약 1만9000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원전 내에 저장 중이다. 이마저도 2030년 한빛, 2031년 한울, 2032년 고리, 2042년 신월성 원전의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최근 국회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실무안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유지하고 신규 원전과 SMR 건설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전 세계적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질타하며 SMR 관련 예산 삭감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달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전히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전혀 변경, 상향하지 않았고, 신규 원전 4기 건설 구상도 밝혔는데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재생에너지 없이는 기후위기 대응도 경제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 높아지는 RE100(재생에너지 100%) 파고에도 맞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정의동맹은 공공운수노조,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도 신규 원전을 담은 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최근 열린 제11차 전기본 시민사회 연속 토론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원전 운영 계획이 원전이 있는 지역 시민들 사이에서 굉장히 불안감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원전을 무탄소 전원으로 분류하면서 굉장히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늘리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할 때 원전 확대 방침이 유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여야 정치권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수출 지원책 내놔야한다는 목소리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원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도 원자력을 확대하겠다 선언한 상황이고 유엔도 기후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꼽은 만큼 대대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