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건보수지 1조172억원 적자누적수지 흑자지만 적자 폭 갈수록 더 커져정부 의료현장 복귀 요청에 전공의 '묵묵부답'
  •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에 수련병원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정부가 투입한 건강보험(건보) 재정 지원 때문에 1분기 건보수지가 적자로 나왔다. 올해 1분기 누적수지(누적적립금)는 흑자지만 건보를 이용한 재정 투입이 계속되면 적자 폭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아 공개한 '2024년 건강보험 재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보 총 수입은 21조7577억원, 총 지출은 22조9298억원이다. 들어온 수입보다 병의원 등에 요양 급여비(진료비)로 나간 지출이 약 1조1721억원 많다.

    배경에는 수련병원들이 비상 경영체계에 들어가면서 심각해진 경영난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건보 재정을 투입해서다.

    전공의들 이탈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3월부터 울산대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순천향대병원 등 대형 수련병원들이 순차적으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공의 집단 이탈 후 전년 동월 대비 매일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줄고, 서울대병원은 3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기존의 두 배인 1000억원 가량 늘렸다.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수술건수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이탈하면서 수술과 진료 건수가 급감해 수익이 줄었다"며 "전공의를 메우기 위해 급여가 더 높은 전문의를 늘리고, 비상체계 운영 등으로 지출이 커 적자가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련병원 지원을 위해 요양 급여비 등을 선지급했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이란 정부가 병의원에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선지급하고 실제 발생한 비용을 정산해 돌려받거나 추가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실에 제출한 '의료공백 관련 예산 투입 현황'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6월 기준 비상 경영체제 운영 지원에 쓰인 건보 재정은 약 1640억원이다. 5월 말 투입한 비용은 810억원인데 한달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일각에서는 건보 누적수지는 흑자기 때문에 충분히 견딜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앞으로 건보 재정을 투입할 일이 많고, 의료공백이 길어질수록 적자 폭이 커질 수 있어 중장기적인 건보 재정 상태는 어두울 것이란 지적이다.

    복지부는 올해 건보 총수입은 보험료 수입과 정부 지원 등으로 98조8955억원에 달하며 요양 급여비와 관리운영비 등으로 나갈 총지출은 96조2553억원이기 때문에 2조6402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장 의원실에 따르면 2월부터 현재까지 진료 건에 대해 남은 의료기관 미청구분이 추후 청구되면 지원 금액이 늘 것으로 보인다. 8월 수련병원에 지급 예정인 건보 선지급 지원 규모는 3600억원에 이르며, 향후 1100억원의 재정이 추가 지원될 가능성도 전망했다.

    아직 집행하지 않은 '중증환자 입원 비상진료 사후보상'도 문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후 보상에 투입할 재정은 1085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국민 세금인 건보 재정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수련병원 적자에 쓰이며 적자 폭이 커질 우려에도,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료 현장 복귀에 대한 호소에 침묵으로 일관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수련병원에 전공의 복귀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하지 않았으며, 복귀나 사직에 대한 의사도 수련병원에 밝히지 않은 무응답 상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정오 기준 211개 수련병원에 출근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만3756명 중 1155명(8.4%)에 불과하다. 같은 날 기준 사직서를 제출한 레지던트는 1만506명 중 86명(0.82%)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