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반기별 개최 의무조항 폐기윤 정부 '소통' 강조했지만 협의회 8차례 연 지난정부와 대조국가신용등급 관리에도 부작용… "민간 전문가 역할 늘려야"
  • ▲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모습 ⓒ연합뉴스
    ▲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모습 ⓒ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를 반기별로 개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폐기했다. 계엄·탄핵 정국에 한국 대외신인도가 추락 위기에 놓였는데도 민간 전문가와의 소통창을 끊은 모습에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국가경쟁력 분석 및 제고에 관한 규정'(훈령)을 일부 개정했다. 이전까지는 규정을 통해 '의회는 반기별로 개최한다'는 의무조항을 명시했는데, 앞으로는 '협의회는 반기별로 개최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변경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해당 협의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윤 정부가 '소통'을 강조해 왔음에도 지난 정부에서 8차례 개최한 것과 대조적으로 국가경쟁력과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민간 전문가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훈령 개정을 통해 사실상 해당 협의회의 개최를 없애는 명분을 제도적으로 구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는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민간 전문가의 비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해당 규정을 바꿀 이유가 없는데,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계엄·탄핵 정국에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민간 전문가와의 소통창구를 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협의회는 기재부 1차관을 의장으로 국가경쟁력과 국제평가지수 관련 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민간 전문가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강성진 교수는 "민간 전문가와 함께하는 협의회의 역할은 의견 수렴뿐 아니라 공감대 형성과 오피니언 리더들에 대한 정책 홍보도 있다"며 "이처럼 규정을 개정할 경우 정부는 한쪽 의견에 치우쳐지며, 정책 스피커의 볼륨을 낮추는 부작용까지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WEF 지표의 공표가 2019년 이후 중단된 점 등을 고려해 개정했다는 입장이다. 이전까지 협의회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지수 등을 관리해 왔는데, WEF 지표의 공표가 중단되면서 해당 협의회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의미다. 나아가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장관급인 대외관계장관회의, 산업경쟁력장관회의 등을 통한 대응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협의회가 관리하는 지수에는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가 발표하는 국가신용등급도 포함된 만큼 현 시국에서 중요도가 매우 큰 대외신인도 대처에 소홀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무디스와 피치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신용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강성진 교수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이 장기적으로 대외신인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의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공 전문가들이 비판할 수 없는 측면에 대해 민간 전문가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