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원 지원법' 행안위 통과… 與 "이재명 헌정법" 퇴장재정파탄·위헌 논란 속 본회의로… "저질·혐오" 비난 봇물
  • ▲ 1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달희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을 중단시킨 것에 대해 신정훈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이달희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을 중단시킨 것에 대해 신정훈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모든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민생위기 극복 특별조치법'(25만원 지원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재정 악화 상황에서 나랏빚만 더 늘릴 뿐이며 위헌성 문제까지 제기했다. 여당 역시 포퓰리즘에 함몰된 이재명 헌정법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득보단 실이 훨씬 많다는 학계의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통과시킨 25만원 지원법은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행·재정적인 지원을 하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소요 예산은 약 13조원으로 추산된다.

    법안 의결 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사 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처리된 것이다. 국회 절대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당론으로 내세운 법안인 만큼 여당이 막아서기엔 역부족이었다.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정부를 대표하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의 재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법률안대로 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국채발행이 불가피해 나랏빚만 늘어난다"며 "지급 여부와 효과 등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당도 거들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혈세로 나랏빚을 내서라도 이 전 대표만 빛내겠다는 이재명 헌정법"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은 “민생회복 지원금은 회복은커녕 역효과만 내는 민생위축 지원금”이라며 “25일 본회의 날치기 처리를 위해 이렇게 과속해서 달리면 헌정사에 불명예 기록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나라곳간 운용을 감시 견제해야 할 제1 야당이 재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훼방을 놓는다는 학계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올해 5월까지 거둬들인 국세가 지난해보다 9조1000억원 적고,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최소 10조원대의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데도 돈풀기에 여념 없는 상황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채무는 400조원 넘게 폭증해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36.0%에서 49.4%로 증가했다. 2017년 660조원에 그쳤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말 1196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나랏빚을 늘린 주범이 민주당인데 다시 또 곳간 허물기에 여념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재정 상황이 어려운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줘야한다. 아무에게나 다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포퓰리즘으로 한 번 인기를 얻으면 비슷한 정책을 남용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식이면 국가 발전을 위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재정 투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재명식 포퓰리즘 정책이 실제 집행된다면 당장은 못 느끼겠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1~2%대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세수는 줄어들고, 정부가 내는 빚이 계속 불어난다면 국가 신인도 하락에 따른 경제 위기는 불보듯 뻔하다. 이러한 흐름에서도 이재명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은 국가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듯 표심을 잡기 위한 포퓰리즘에 몰두하며 대중 선동이나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는 최근 열린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인 '더플랫폼' 세미나 강연에서 "전 국민에게 몇십만원씩 나누어주는 식의 저질 정책은 나라에 대한 혐오만을 부추길 뿐"이라며 "포퓰리즘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래는 어둡다.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로 볼 때 재정을 통한 단기 부양 정책이 크게 효과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이 '처분적 법률' 형태를 띠고 있어 위헌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특별조치법'으로 만들어진 이 법안은 국회가 발의하는 입법에 행정적 처분 내용을 직접 담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행정부 집행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갖는 조치를 뜻한다. 정부가 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현금성 지급 정책을 반대하자 '정부 패싱'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고기동 차관은 위헌성 논란에 대해 "예산 편성권을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데, 이를 상당히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강제해야 하는 문제도 논란"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위헌성 논란과 정책적 효과 의문뿐만 아니라 집행상의 문제도 상당히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석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의결 가능성은 크다. 자칫 나라살림을 거낼 수 있는 있는 민주당의 이 폭주를 막으려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외엔 대안이 없는 현실이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야당의 횡포에 당연히 재의요구권이 발동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