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용등급·전망 하향 금융사 절반이 저축은행3대 신평사, 하반기 PF 구조조정 추가 손실인식 현실화 주시
  • ▲ 저축은행중앙회. ⓒ정상윤 기자
    ▲ 저축은행중앙회. ⓒ정상윤 기자
    상반기 신용등급 도미노 강등 사태를 맞았던 저축은행과 캐피탈업계가 하반기 2차 추가 하향 위기를 맞았다. 금융당국이 예고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 속도전이 현실화하면서다.

    2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신용등급 및 신용등급전망이 하향된 금융사 32개사 중 16개사가 저축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OSB·JT·웰컴·키움예스·바로·오케이·페퍼저축은행의 등급이 각각 한 단계 강등됐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은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등급과 등급전망이 동시에 떨어졌다. 등급전망이 하향된 저축은행도 9개사에 달했다. KB·대신·키움·고려·다올·애큐온·NH·모아·JT친애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이 낮아졌다.

    캐피탈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신용평가가 오케이캐피탈의 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떨어뜨렸다. 같은 기간 한국기업평가는 오케이캐피탈에 대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해 신용등급 불일치가 발생한 상황이다. 오케이캐피탈의 공식 신용등급은 낮은 등급인 'BBB(안정적)'이다. 전망이 하향된 캐피탈사는 롯데캐피탈과 엠캐피탈이다.

    ◇PF 대출 양적·질적 부담, 하반기 추가 손실 불가피

    올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업권의 여신포트폴리오 구성을 살펴보면 부동산담보대출이 32.5%, 신용대출이 35.4%로 총 67.9%다. 업계의 지난해 말 총자산은 127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8.7%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 ▲ ⓒNICE신용평가
    ▲ ⓒNICE신용평가
    고정이하여신과 연체여신규모가 지난해 들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4년 이후 부동산 PF 위주로 기업대출 부문 건전성이 저하돼 올해 3월 말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8.9%, 10.3%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3%p, 2.5%p 늘었다.

    저축은행업권은 부동산 PF 대출 감축을 위해 매각과 경·공매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정리를 진행 중이다. 올해 3월말 업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45.4%로 양적 부담이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부동산 PF의 상당부분을 고위험인 브릿지론, 중후순이, 고LTV(담보인정비율) 위주로 가지고 있어 부실규모 확대 가능성이 더욱 크다.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특히 후순위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중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 위축이 지속돼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이 건전성 관리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부동산 PF 재구조화와 정리를 가속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각 저축은행의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손실인식, 자본확충이 요구된다. 자체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은 계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오는 7월부터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이 시행돼 가계대출 차주가 여러 금융회사를 이용할 경우 금융사는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이후 저축은행의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이 늘어난다.

    경기 저하가 지속되는 점도 악재다.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개인과 개인사업자가 주로 중저신용차주인 점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대손비용 추가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제2의 저축은행 사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만 영점타격했던 당시와 다르게 저축은행, 캐피탈사, 부동산신탁사 등 금융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침체·고금리 겹쳐 대손비용 상승… 조달길 막힌 캐피탈업계

    실제로 캐피탈업계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대손비용 확대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분기 이후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 방안'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공정률과 분양률 등 사업실적이 부진한 본PF 사업장과 만기연장이 이뤄지고 있는 상당수 브릿지 사업장에서 부실 인식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동영호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PF 자산 비중이 높고 브릿지론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큰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수익성 하락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용등급이 낮고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와 비금융지주계열 캐피탈사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캐피탈사의 건전성 지표인 레버리지배율은 2020년말 7.3배에서 2024년 3월말 6.5배로 낮아지는 추세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하반기 부동산 PF 사업장 손실 인식률 반영 추이를 신용도에 반영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