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국가 차원 긴급대책 요구 지난해 전공의 모집 긍정 성과 거뒀는데 이제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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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해 기피과로 낙인찍힌 흉부외과에 남은 전공의가 전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진입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심장수술 건수는 늘어날 예정인데 인력 배출은 어려워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29일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 따르면 기존 전국 107명의 흉부외과 전공의 중에서 현재 비사직 상태로 근무하는 인원은 전국 12명뿐이다. 나머지 인원 역시 사직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 상태에서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다. 국가 차원의 긴급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학회는 "고질적 저수가, 인력부족, 부조리한 제도 속에서도 때로는 스스로의 생명을 바치는 무한한 희생속에서 노력했다"며 "반복되는 의료 위기와 갈등에서 중환자실과 수술실을 지킨다는 약속을 이행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우려했다.

    흉부외과의 문제는 과거부터 지적됐던 사안이나 학회의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20년 만에 40명대의 전공의 지원이 있었던 만큼 변화가 시작됐었다. 하지만 곧바로 의정 갈등 상황이 심화하면서 심각한 수준이 됐다. 

    은퇴 비율 대비 신규 진입이 훨씬 적은 역전현상이 지속돼 선택적 환자만 심장수술을 받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학회는 "전공의 명맥이 유지되던 경남·부산, 대구·경북, 전남 등의 전공의 수가 급감했으며, 전북지역은 전공의가 소멸돼 제주, 강원, 충북에 이어 전공의 없는 권역에 포함됏다"며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전공의도 급감해 멸종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정 갈등과 전공의 사직 결과는 흉부외과의 역할을 소멸시키고 있다. 이대로는 현재 권역 심혈관센터, 응급센터는 물론 권역, 지역 필수의료 시스템은 무의미해지고 향후에는 작동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흉부외과의 희생을 바탕으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확립된 상황이어서 당장은 버틸 수 있겠으나 신입 전문의 투입 불가로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흉부외과 전공의 12명으로는 연간 2만건이 넘는 심장 수술 및 폐암 수술을 완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회는 "지금은 탁상공론 할 여유가 없다. 시급한 과제는 전공의들이 다시 꿈을 꾸고 환자 옆에 있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죄"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