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여·야·의·정 모여 해결 의지 보였어야네 탓 이전에 환자 고통 공감이 중요늦더라도 대화 시작이 사태 해결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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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국민생명권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조건이 발목을 잡고 정쟁에 휘몰리며 여·야·의·정 4자 협의체의 추석 전 가동이 불발된 것이다. 추석 의료대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아프지 않길, 사고가 없길 바라며 국민이 스스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의정 사태의 탈출구는 4자 협의체였다. 7개월 넘게 의료공백이 발생했고 환자만 죽어나가는 판국이라 모두가 "이제 종결지어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주도한 움직임은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의지와 달리 각자의 셈법이 달랐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2026년 원점 검토'를 제안했으나 의료계는 '2025년 원점 검토'를 고수했다. 봉합 지점을 찾지 못하자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렸고 야당은 정치적 공세에 함몰됐다. 

    의사 선배들은 전공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대표성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아닌 젊은 의사 단체로 좁혀지고 있으며 이들의 참여가 관건이다. 그러나 빅5병원 전공의 소환조사가 이뤄지면서 거리감이 생긴 모양새다. 
     
    그나마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모습은 여·야·의·정이 모두 손을 잡고 추석 응급대란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실패로 돌아갔다. 이권과 정쟁에 함몰돼 환자의 눈물은 보이지 않았다. 

    국민생명권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당장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아도 의료계 참여가 필요한 것이다. 의사들은 필수의료의 헌신을 낙수효과로 짓밟아 이를 포기한다는 현실을 논하기 전 죽어가는 환자들의 고통에 먼저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추석 응급대란 이후에도 지속될 응급실 부재는 중환자실, 수술방으로 번져 파국이 예상된다. 수면 아래 다수의 환자는 살릴 수 있음에도 연명치료 중단을 종용받거나 요양병원으로 쫓겨나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전공의 블랙리스트와 응급실 사망 등 패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고 환자들은 "살인 조장이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정상적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신뢰가 꺾일 사건이다. 의료계는 사실관계를 바로 잡기 위해 "일부의 행태이며 자성하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

    정부·여당은 일치되지 않은 주장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먼저 내부 원칙을 세워 합의한 후 사태 해결을 위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야당은 정치공학적 설계에 집중하지 말고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며 봉합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환자들의 울분은 공포로 번졌다. 혐오의 시대로 굳어지기 전 유연한 자세를 갖고 늦더라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남은 대안이다. 전날 중증질환연합회가 요구했듯 의료대란의 희생양인 환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공간이 열리는 것도 긍정적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