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선정서 K의료 수준 증명 … 꿈이 현실로동경 대상이던 '메이요 클리닉' 뛰어넘어예산·연구진 부족 한계 딛고 진료효율·임상데이터로 승부진료·연구·교육 삼박자 유지가 관건 의료대란 장기화 국면은 위험 요인 … 의정 갈등 풀어야
  • ▲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삼성서울병원
    ▲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암 분야 글로벌 3대 병원으로 거듭났다. K의료가 세계의 벽을 뚫고 선두권에 진입한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입지를 넓힌 고무적 성과다. '톱 3'는 미국 병원이라는 공식을 깬 것이다. 이들의 의료환경과 비교해 열악한 저수가 체계 내에서 굴지의 성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0일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뉴데일리를 통해 "막연하게 바라봤던 유수의 병원들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이를 뛰어넘었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이라며 "한국 의료의 수준이 실력으로 증명된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최근 발표한 '월드 베스트 전문병원(World's Best Specialized Hospitals 2025' 암 치료 분야 세계 3위에 선정된 소회를 밝힌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앞에는 MD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단 두 곳밖에 없다. 이들 병원이 암 치료만을 전문하는 병원임을 감안하면 종합병원으로 세계 1위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국내 의료진의 동경의 대상이던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 자리를 삼성서울병원이 꿰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원장은 "우리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을 한 것이고 100m 경기에서 우사인 볼트와 맞선 동양의 선수로 경쟁을 한 것"이라며 "굉장히 어렵고 열악한 상황에서 승전보를 쥐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순위권의 타 병원과 비교해 인력, 예산, 연구진 규모에서 막대한 차이가 난다. 여기에 진료 비중이 월등히 높아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기에 한계가 분명했다. 

    그는 "통상 저수가 체계는 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생존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 많은 환자의 진료 데이터와 임상으로 축적된 경험이 힘을 보탰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1~2년 걸릴 자료가 우리는 3~6개월 정도면 나오는 것이 월등한 차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연구에 더 매진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월등한 성과가 드러나겠지만 효율적 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의사-환자 사이 감정적 교류와 신뢰감이 한국의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삼성서울병원이 암병원을 개원할 당시 모 외국병원은 이름과 시스템을 공유해주겠다며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이를 추진하기엔 부담이 커 포기했다. 자체적으로 견고한 체계를 유지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CAR T-세포치료센터, 암 정밀치료센터, 양성자치료 등 최첨단 암 치료법을 선보였다. 수술, 방사선, 항암 등 각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내면서 의료질 평가 보고서(Outcome Book)를 발간해 치료 우수성을 공개하고 있다.

    이 원장은 "불과 십여 년 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외국의사나 병원 역시 우리의 질적 수준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유수의 의료진이 술기를 배우러 찾는 K의료의 시대로 전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 최고의 성적 냈지만 슬픔의 시대 … 사태 봉합이 숙제 

    세계 3대 암병원 등극이라는 고무적 성과를 냈지만 국내 의료환경은 역대 최악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이 심화하며 장기화된 의료대란은 여러 축을 흔드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도 이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진료, 연구, 교육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하는데, 현재 교육이 끊겼고 진료에 빨간불이 커졌다. 연구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도권-지역, 대병-중소병원의 격차를 좁히는 것은 당면한 과제이나 의료의 질을 끌어올리는 리더의 역할이 후퇴하면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이 원장은 "작금의 사태는 슬픔이다. 세계적 순위를 논하기에 앞서 국민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이 무너지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며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어떻게 제공하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지점부터 엉킨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는 "무엇보다 모든 결정의 최종 목표는 환자를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봉합점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최대한 빨리 사태가 해결되고 정상화의 길이 열려야 한다.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