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만 자라 혈통 이어내려온 '재래닭'일반 산란계 대비 생산량 ⅓… 생산비용도 높아구엄닭 유정란 입점 후 컬리 프리미엄 계란 매출 2.5배 ↑
  • ▲ 윤성재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이사가 구엄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윤성재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이사가 구엄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컬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농장은 문을 닫았을지도 모릅니다.”

    7월 25일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 구엄닭 농장에서 만난 윤성재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이사는 “2년전 쯤 운영이 어려워지며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단가를 조정해달라는 요구에 컬리에서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이사는 “동물복지 유정란 등은 상대적으로 일반 계란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비싸 단가를 올리기 쉽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알리고 조정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판매가를 잡았었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며 운영에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은 ‘애월아빠들’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컬리와 연을 맺은 법인은 각 농장에서 생산되는 동물복지 유정란, 1등급 무항생제 제주란, 아침소리 토종유정란을 납품하고 있으며 2022년 8월 구엄닭 방목 유정란 등을 선보였다.

    여우비가 내리던 이 날 방문한 구엄닭 농장은 초입에서부터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나던 다른 농장과는 달리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실제로 몇년 전 밀집해 사육하는 케이지 닭 농장에 방문했을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했고 눈까지 따가웠지만, 이곳은 전혀 그런 냄새가 없어 오히려 을씨년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 ▲ 구엄닭 모습ⓒ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 구엄닭 모습ⓒ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구엄닭은 제주에서 자라는 ‘재래닭’이다. 재래닭이란 국내 품종이 다른 종과 섞이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온 진짜 국산 닭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닭의 90% 이상은 코니시 교배종 계통에 해당한다. 코니시 계통은 생육기간이 30일 이내로 빨리 자라고 식감도 부드러워 고기를 즐겨먹는 우리나라 식탁에 어울린다.

    반면 구엄닭은 생육기간이 10개월 가까이 되고, 산란 주기도 하루인 산란계와는 달리 3일에 한번씩 알을 낳는다. 100%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달걀 생산량의 ⅓ 수준인 셈이다.

    특히 외부 방목 중에 낳은 알은 상품화하지 않는다. 외부 요인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금이 가는 등 상품가치가 없는 것들을 선별하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든다.

    윤 이사는 “구엄닭은 유산균 발효 사료와 유기농 사료 등을 먹여 일반적인 케이지 농장과는 달리 배설물 냄새가 심하지 않다”면서 “사육부지도 넓어 스트레스가 낮다는 점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 ▲ 구엄닭이 방목 사육되고 있는 모습ⓒ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 구엄닭이 방목 사육되고 있는 모습ⓒ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1㎡ 당 9마리 이하의 생육 조건을 확보해야하고 케이지 설치 금지, 횃대 설치 등 조건이 필요하다. 밀집형 케이지 농가에 비해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다보니 농가에서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쉽지 않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기간이 아님에도 통상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 방역기관을 통해 차단 방역을 시행한다. 주변 농가에서 농약 살포시 바람을 타고 날아와 묻게 될 경우 농장 자체의 동물복지농장 인증이 취소될 수 있어 최대한 외진 곳에 농장을 만들기도 한다.

    윤 이사는 “5개 농장에서 총 1만마리 정도 사육을 하고 있고, 이곳에서는 3000마리 정도 키우고 있다”면서 “이 농장을 케이지 농가로 바꾸면 10만마리를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 ▲ 구엄닭은 25시간에 한번씩 알을 낳는 일반 산란계와는 달리 3일에 한번만 알을 낳는다.ⓒ조현우 기자
    ▲ 구엄닭은 25시간에 한번씩 알을 낳는 일반 산란계와는 달리 3일에 한번만 알을 낳는다.ⓒ조현우 기자
    직접 본 구엄닭은 다리와 날개가 길고, 반대로 체구가 작았다. 특히 일반적인 산란계 농가에서 볼 수 없었던 ‘부리’가 존재했다. 케이지 농가에서는 밀집 사육되는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스스로를 쪼아 상처내는 일을 막기 위해 부리 자르기(Beak Trimming)을 시행하고 있다.

    구엄닭은 1년을 자라더라도 평균 크기가 800g에서 1㎏ 수준에 그친다. 큰 개체라고 하더라도 1.2㎏를 넘지 않는다. 다른 육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체구가 작다보니 알도 작은 편. 구엄닭 유정란의 경우 중란(47~54g) 정도다.
  • ▲ 이곳 농장에서는 3000마리의 구엄닭을 키우고 있다. 이곳을 케이지 사육 형태로 바꾸면 총 10만마리의 산란계를 키울 수 있다.ⓒ조현우 기자
    ▲ 이곳 농장에서는 3000마리의 구엄닭을 키우고 있다. 이곳을 케이지 사육 형태로 바꾸면 총 10만마리의 산란계를 키울 수 있다.ⓒ조현우 기자
    수거한 계란은 세척 공장으로 옮겨진 뒤 세척·살균 → 건조 → 육안선별 → UV살균 → 파각검출 → 혈란 검출 → 마킹작업 → 포장 작업을 거친다. 길고 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식탁에 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구엄닭 유정란의 절반이 컬리를 통해 내륙 소비자들을 만나게 된다. 나머지는 제주 내에서 소비된다.

    일반 계란과 가장 큰 차이는 ‘맛’이다. 윤 이사는 “일반 계란과 성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육안으로도 큰 차이는 없지만, 먹어보면 고소함과 풍미가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 ▲ 구엄닭 유정란의 모습ⓒ조현우 기자
    ▲ 구엄닭 유정란의 모습ⓒ조현우 기자
    컬리가 소개하는 구엄닭 유정란은 소비자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동물복지농장, 재래닭 특유의 낮은 생산량으로 인해 판매량이 많지 않음에도 동물복지·자연방사 계란 상품 중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판매량의 10%에 달한다.

    구엄닭 유정란이 컬리에 입점한 뒤로 프리미엄 계란 매출도 크게 올랐다. 실제로 2022년 8월 구엄닭 유정란 론칭 이후 올해 6월까지 프리미엄 계란 매출은 2.5배 늘어났다.

    컬리 관계자는 “올해 구엄닭과 같이 희소가치가 있는 프리미엄 계란 라인업을 늘려갈 예정”이라면서 “백봉오골계, 황실토종란 등의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