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리더 2명, 크리에이티브와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각각 나눠즉시 측정 가능한 마케팅 결과 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중요성 급부상"장기적 관점에선 브랜드 구축과 퍼포먼스 마케팅 간 긴밀한 연계 중요" 지적도현대차 "두 부서가 협력해 구매 활동 촉진시키는 광고·마케팅 활동 펼칠 것"
  • 현대자동차 북미법인이 마케팅팀을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퍼포먼스 마케팅(performance marketing) 영역으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북미 법인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를 맡아온 안젤라 제페다(Angela Zepeda)를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로 임명하고, 션 길핀(Sean Gilpin)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수석부사장이 마케팅 퍼포먼스 수석부사장을 겸임한다고 밝혔다. 각각 크리에이티브와 퍼포먼스 마케팅을 리드하게 되는 것이다. 

    안젤라 제페다 CCO는 앞으로 현대차의 소셜, 크리에이티브, 소비자 경험 및 다문화 마케팅을 담당하고, 션 길핀 마케팅 퍼포먼스 수석부사장은 미디어 바잉과 고객 관계 관리(CRM), 디지털 리테일, 마케팅 재무 관리를 비롯해 지역 판매 이벤트와 같은 딜러 관련 활동을 포함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총괄하게 된다.
  • ▲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안젤라 제페다(Angela Jepeda) CCO(좌), 션 길핀(Sean Gilpin)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수석 부사장. ©현대자동차
    ▲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안젤라 제페다(Angela Jepeda) CCO(좌), 션 길핀(Sean Gilpin)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수석 부사장.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팀은 모든 마케팅 채널에서 오디언스와 연결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마케팅 퍼포먼스 팀은 마케팅 전략의 배치와 정량적·정성적 효과를 검토하는 분석적 접근 방식을 통해 운영을 최적화하고, 판매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차의 미국 크리에이티브는 이노션 USA(Innocean USA)가 대행하고 있으며, 미디어는 이노션의 자회사인 캔버스(Canvas)가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같은 변화는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와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판매(sales)와 잠재 고객 발굴(lead), 클릭(click) 생성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즉시 측정이 가능한 마케팅 결과를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들이 늘면서 그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랜드와 에이전시 내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관련 직무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케팅 실무자들은 브랜드 구축(brand building)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따로 나누기보다, 두 영역 간의 긴밀한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캠페인 효과나 판매 성과 등 단기적인 성과와 즉각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목표로 하는 반면 브랜드 구축은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한편 고객과의 감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든 브랜드 활동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즉각적인 판매에 몰두하기 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로 꼽힌다.

    마케터들은 브랜드 구축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별개의 영역으로 구분하기 보다 둘을 통합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에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 둘을 합친 '브랜드포먼스(brandformance)'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짐 스텐젤(Jim Stengel) P&G 전 글로벌 CMO와 케이트 램버튼(Cait Lamberton) 와튼 스쿨(Wharton School) 마케팅 교수, 켄 파바로(Ken Favaro) 베라 브랜드 매니지먼트(BERA Brand Management) 최고 전략 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 CSO)는 지난 202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공동으로 기고한 칼럼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이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와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 돼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브랜드 구축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 측면에서 브랜드 구축이 중요하지만, 즉각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브랜드 구축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예산과 주목도를 놓고 브랜드 구축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불필요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하며 브랜드 마케팅 성과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분리했지만, 두 부서 간 협력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두 부서는 함께 협력해 구매 활동을 촉진시키는 선도적인 마케팅과 광고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랜디 파커(Randy Parker) 현대차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기술 혁신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시장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정보로 가득 차 있고, 이는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며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데이터와 판매 성과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북미 시장은 현대차의 전체 판매량과 실적을 견인하는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북미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2% 증가한 31만대를 기록하면서 현대차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45조206억원, 영업이익은 0.7% 증가한 4조2791억원으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북미에서의 성공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광고와 마케팅은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히는 만큼, 크리에이티브와 퍼포먼스 마케팅을 분리한 현대차의 새로운 전략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