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우려에도 양곡법, 한우법, 농안법 등 당론 추진폐기 법안 다시 또 들고나와 소모적 정쟁 되풀이 시도 전문가들 "포퓰리즘 멈추고 미래농업 집중 투자해야"
  • ▲ 쌀 판매대 ⓒ연합뉴스
    ▲ 쌀 판매대 ⓒ연합뉴스
    거대 야당이 '파업 조장법'이란 비판을 받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25만원 지원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가운데, 농가에 돈을 지원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방만 재정을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소모적 정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다.

    6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한 이후 제21대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법과 '지속 가능한 한우 산업을 위한 지원법'(한우법),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쌀값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공급 과잉을 겪는 쌀의 생산을 부추기고 재정 악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쌀 초과 생산량 3~5% 또는 쌀값 5~8% 하락'이라는 매입 조건까지 명시했던 이전 개정안보다는 다소 완화됐으나, 농촌 발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한우법과 마찬가지로 현금 퍼주기에 초점을 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농산물값이 기준치 미만으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가격보장제'를 담은 농안법도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두 법안이 실행될 경우 최소 12조8193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25만원 지원법에 더해 추가로 매년 수조원의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양곡법·농안법·한우법을 당론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포퓰리즘적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 그 결과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민경 건국대 식품유통학과 교수는 "현행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년 쌀 매입과 가격 보전에 예산 소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쌀 시장격리 의무화로 인한 막대한 재정 투입은 축산업 등 타 품목 예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도 대규모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포퓰리즘 입법을 강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누계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10조원(5.6%)이나 급락했다.

    재배 쏠림으로 인한 쌀의 과잉 생산 우려도 앞서 제기된 바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품정책실장은 5월 열린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양곡법, 농안법 개정안은 특정 품목 쏠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수급 불안을 야기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쌀의 공급 확대를 유도해 오히려 쌀의 시장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불안정하게 만들 거란 우려마저 나온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금성 지원책보다는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모인다. 장판식 한국식품과학회장은 "현행 개정안이 시행되면 미래 지향적 농업을 위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농업을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과 스마트 농업 육성 등 미래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도 "양곡법·농안법 등이 시행되면 품목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업인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여·야·정 협치를 통해 농업계 우려를 해소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당은 농산물 소비 진작 방안, 수급 안정 방안, 가격안정 프로세스 등을 정부 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