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임 회장 영향력에 내부통제 마비… 심각하게 인식"우리은행 "손 전 회장과 무관… 부당대출 관련 직원 면직"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절차 앞둔 시점… '관치 시그널' 관측도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부적절하게 취급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관련 법률검토를 걸쳐 금융관련 법령 위반소지에 대한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검사과정에서 확인된 차주 및 관련인의 위법혐의 등을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당국이 연말 우리은행장 선임절차를 앞둔 시점에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금감원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616억원 부당대출”

    금감원은 제보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법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이 취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또 해당 친인척이 원리금을 대납한 9개 차주대상 162억원(19건)의 대출을 포함할 경우 모두 616억원 규모다. 금감원은 이 대출 역시 실제 자금 사용자는 손 회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손 전 회장이 지주 및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건은 5건(4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해당 대출 건 중 28건(취급액 350억원)의 경우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절차가 무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기준 전체 대출 건 중 19건(잔액 269억원)에서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 은행은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다. 또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물 담보설정,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 입보를 근거로 대출을 취급하거나 본점 승인 없이 지점전결로 임의처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사안과 손 전 회장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지역본부장이 지주 회장의 친인척 및 지인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단독으로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문제된 직원을 이미 면직시켰고 이번 사안과 관련한 향후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법률검토를 토대로 제재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하는 한편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차주 및 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 은행 CEO 인사철 앞두고 전격 발표… 배경에 관심 집중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에 지배구조와 CEO(최고경영자) 인선에 관한 당국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보고 있다.

    당국은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지주 회장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문제삼아 사실상 손 전 회장을 정조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체계에서 지주 및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연말 조병규 행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당국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다음달부터 차기 행장 신임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이번 발표를 단순한 조사결과로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손 전 회장은 1조7000억원대의 환매중단을 초래한 라임펀드 사태로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11월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물어 손 전 회장에게 3년간 금융사 임원 재취업이 불가능한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다.

    당시 손 전 회장은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문책경고’를 받아 이미 이에 불복한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었다.

    손 전 회장이 재차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자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나서 “자꾸 소송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 공개 발언을 해 사퇴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이후 손 전 회장은 결국 연임 의사를 접고 용퇴하며 라임펀드 징계 관련 행정소송도 포기했다,

    그러나 DLF 징계 관련 행정소송에서 손 전 회장이 승소하면서 사퇴를 압박했던 금융당국의 체면이 구겨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