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 성격·전문경영인 선임·신동국 회장에 대한 시선 차이글로벌 투자파트너 필요 vs 해외 투자는 매각 수순신동국 회장 역할론 해석도 분분소액주주 "주가 부양 의지 높은 쪽 선택"
  • ▲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한미약품그룹, 뉴데일리DB
    ▲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한미약품그룹, 뉴데일리DB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에 이어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와 잇따라 대화에 나서며 주가 하락에 성난 소액주주 민심 다잡기에 나섰지만 이견차만 재확인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소액주주와 대화였지만 이를 통해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임종윤·종훈 형제 간 3대 2 구도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임종훈 대표와 임주현 부회장이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나눈 대화를 살펴보면 ▲투자 유치 성격 ▲전문경영인 선임 ▲신동국 회장에 대한 평가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종훈 대표는 지난 13일 이준용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만나 투자 유치를 '해외 매각'으로 보는 일부 시선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한미약품그룹에는 한미약품그룹뿐만 아니라 온라인팜, JVM, 한미정밀화학 등 정말 좋은 계열사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들을 다같이 키우는 게 제 역할일 텐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임 부회장은 우리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들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매각 얘기를 왜 꺼낸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임종훈 대표와 동석한 김영호 상무는 "투자 유치 파트너를 해외PE(프라이빗에쿼티)뿐만 아니라 국내PE, 전략적 투자자, 굴지의 국부펀드 등 다양하게 열어놨다"면서 "'글로벌 한미'가 되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네트워크, 자산과 자본, 약국 및 병원 체인, CRO 등을 갖춘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임주현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소액주주와 면담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경영권 매각과 동일한 선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신동국 회장과 지분매매계약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만큼 신 회장과 송영숙 회장 모두 회사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이다"고 밝힌 바 있다.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임종훈 대표는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저는 한미정밀화학 등에서 공동대표를 지내면서 전문경영인과 일해 본 경험이 있고 그분들의 전문성을 키우면서 의견 조율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많이 습득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지주사 대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은 "신동국 회장과 의결권 공동행사약정서를 작성할 때 회사를 가장 빨리 안정화시키고 최적화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게 되면 어떤 일을 맡을지 정해진 게 없지만 회사 내 중요한 과제가 어떤 것인지를 기억하고 경영진이 남긴 유산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어떤 포지션을 맡더라도 열심히 임하겠다"고 말하며 직책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고 임성기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대규모 기술수출 등의 성과를 내는 데에도 일정 역할을 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로 올라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 대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임종훈 대표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함께 회사에 신규 이사 3인 선임 및 정관변경을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신동국 회장께 한미약품그룹보다 더 잘 키운 전문경영인인지, 현 임직원들이 잘 따라갈 수 있는 분인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미사언스 2분기 실적보고를 위한 이사회 개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신동국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구매, 생산 관리는 오너가 아니면 관리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 부분을 잘 챙기지 않았다며 질책하시기도 했다"면서 "규제가 많은 제약산업에서 이걸 한다고 해서 주가가 올라가는 건 아닌데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궁금한 것을 여쭸을 때에도 그저 나를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만 하셔서 구체적인 방안은 없으신 듯 했다"면서 "저희(형제)를 도와주는 게 아니고 다른 생각이 있으신 게 아닌가 고민할 때도 있다"고도 했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은 "신동국 회장은 한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계시다"면서 "아버지(고 임성기 회장)와 호형호제하면서 지낸 오랜 세월 속에 저희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서 가족 화합을 위한 장을 마련하려고 노력하시는 등 기꺼이 역할을 하고 싶어하셨다"고 두둔했다.

    한편,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13일 임종훈 대표와 대화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시주총이 열리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면서 "주가 부양 의지가 높은 쪽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약 3%의 지분율로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형제가 송영숙·임주현 모녀를 제치고 경영권을 차지하는 데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