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주주 반대에 무산지분율 2.22%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에 임주현·임종훈 '러브콜'이상목 액트 대표 "일반주주들 회사 결정에 반대만 안해"
  •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셀트리온그룹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셀트리온그룹
    '개미도 뭉치면 강하다'

    제약바이오 상장기업 소액주주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주주의 경영방침을 쳐다만 봐야했던 과거와 달리 한 데 뭉쳐 목소리를 내며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과 합병 추진을 중단한 것은 일반주주의 반대가 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된 양사 합병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의 36.2%가 반대 의사를 냈다. 기권 응답도 55.1%나 나왔으며 찬성은 8.7%에 불과했다.

    찬반 다수의견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등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사전 원칙을 적용한 결과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최종 비율은 총 70.4%에 이르렀다.

    서 회장은 2020년부터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추진해 오면서 합병을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 '현 시점에서'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할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은 1억3491만5271주(61.24%)로 지난 16일 종가 기준 26조6053억원에 이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8.7%만 찬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4조원가량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상목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 대표는 "지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과 달리 주주연대에서 반대 의견을 워낙 강하게 이야기해 합병이 무산된 것 같다"면서 "최근 정치권에서도 합병유지청구권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분할합병을 추진하려는 회사들로서는 사전에 주주소통을 투명하게 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에 반대했던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는 앞서 진행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는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의 찬성 비율은 각각 97%, 95%가 나와 통과됐다.

    서정진 회장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에 대비해 약 1조원을 재원으로 확보했는데 실제 양사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은 총 79억원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주주들은 회사 결정에 마냥 반대만 하지는 않는다"면서 "올 초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액주주들은 회사인 고려아연을 적극 지지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왼쪽 첫 번째)가 지난 13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왼쪽 첫 번째)가 지난 13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기로에 서 있다.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잇따라 소액주주연대 측과 면담을 통해 포섭에 나서고 있다.

    액트를 통해 결집한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총 1187명이 지분 2.22%를 들고 있는데 지분율만 놓고 보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임시주총을 열고 정관을 변경해 이사회 정원을 늘려 신규 이사를 선임하려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대주주 3인)과 이를 막으려는 임종윤-종훈 형제에게는 소액주주의 지분이 아쉬울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사항이어서 주주총회에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주주가 출석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즉, 정관을 변경하려는 측이 반대하는 측보다 2배 이상 많은 지분이 모여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대주주 3인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48.19%로 경영권 분쟁 내내 모녀 측을 지지했던 국민연금공단 지분 6.04%를 포함하면 54.23%가 대주주 3인 편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형제 측 지분은 29.07%인데 친인척 4명이 합류해 32.13%가 우군이라는 게 형제 측의 주장이다.

    형제 측이 임시주총 현장에서 33.34%의 지분만 확보하면 정관변경안을 저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연대의 2.22%는 형제와 대주주 3인 양측 모두에게 적지않은 수치다.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임종훈 대표와 면담 이후 "임시주총이 열리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며 주가 부양 의지가 높은 쪽을 선택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