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속세, 중산층 과부담 유발… 일괄·배우자공제 28년째 그대로野, 종부세·금투세 완화 가능성 시사 … 전문가들 "국제표준 맞춰야"
  • ▲ 기업 소득 (PG) ⓒ연합뉴스
    ▲ 기업 소득 (PG) ⓒ연합뉴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대 18억원의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세법개정안을 예고하면서 정부·여당 주도로 이뤄지던 상속세 개편 논의가 여야 간 경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불합리한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되자 이같은 흐름이 부동산세와 법인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다른 분야의 세부담 완화 논의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내 활발해지는 상속세 개편 논의는 이재명 2기 체제에서 정책위 상임 부위원장을 맡은 임광현·안도걸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임 의원은 국세청 차장, 안 의원은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이 분야 전문가다. 

    민주당내 상속세 개편 논의가 무르익는 건 현행 상속세가 중산층의 세 부담을 과하게 유발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다. 이전까지 정부·여당 주도로 이뤄지던 상속세 완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임광현 의원은 이번 주 내로 최대 18억원의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안은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세운 정부안과 달리 배우자와 일괄공제를 늘리는 데 초점을 뒀다.

    공제 규모는 상이하지만 안도걸 의원이 최근 발의하겠다고 한 방안도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각각 7억5000만원으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상속세 면제 한도를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내세운 중산층 부담 완화라는 취지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작년 상속세 과세가 결정된 사망자(피상속인) 중 상속재산 가액이 10억원 이하인 사람은 5661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4501명)과 비교하면 25.8% 늘어났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384명)보다는 2.4배 늘었다. 이처럼 과거 '부자 세금'으로 치부되던 상속세는 이제 '중산층도 내는 세금'으로 바뀌는 추세다.

    반면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는 1997년 각각 5억원으로 설정된 뒤 약 28년간 그대로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끊임없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이 보유한 명목 재산 가격은 급등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7년 1월 대비 2.9배 상승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 수는 2020년 1만181명에서 지난해 1만9944명으로 95.9%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야당 간 줄다리기는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개편 취지가 같더라도 상세안에 따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있는 2자녀 가구의 경우 임 의원 안이 정부 안보다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임 의원이 제안한 안은 자녀 수와 상관없이 18억원(일괄공제 8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정부안은 17억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10억원+배우자공제 5억원)까지만 상속세가 면제된다.

    다만 자녀 수가 3명부터는 배우자가 있더라도 정부안이 훨씬 유리하다. 자녀공제가 5억원씩 추가돼 18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상속세 개편 작업이 무르익는 건 한동훈·이재명 여야 신임 대표의 '대권 플랜'이 배경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산층 세 부담 완화에 공감대가 생긴 데 대해 긍정적인 현상으로 본다. 

    이에 세 부담 완화 논의가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완화, 금투세 폐지 등으로 확대될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가 실거주 목적 중산층 세부담 완화를 거듭 주장하는데다 금투세 완화·유예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배경이다. 

    또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이럴 때일수록 세금 부담을 줄여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여력을 늘리고 증세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도 힘을 얻으면서 그 기대감에 힘을 넣고 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나라는 감세를 하는 글로벌 추세에 맞지 않게 기업들에게 여러 세부담을 주고 있다"며 "세부담 완화로 확보된 여력을 투자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방향성을 국제 표준에 맞춰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