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GC녹십자서 도입 … 임상개발은 유한양행 주도미충족 수요 영역 제3형 고셔병 타깃시장성 작지만 글루코실세라마이드 대사 관련 다른 질환 확장 가능성 주목
  • ▲ 유한양행 본사.ⓒ최영찬 기자
    ▲ 유한양행 본사.ⓒ최영찬 기자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독자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뜻을 내비쳤다.

    다만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려면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 만큼 부담이 적은 희귀질환인 고셔병 치료제를 통해 글로벌 신약개발에 직접 도전할 계획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 6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 'YH35995'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2018년 GC녹십자로부터 도입한 희귀질환 신약 후보물질로 임상 진입 전까지는 GC녹십자와 공동개발했지만 임상단계부터는 유한양행이 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3일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FDA 승인 이후 유한양행의 경영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단계씩 밟아가면서 실력과 자금을 쌓는다면 글로벌 임상시험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인 YH35995에 대해서는 우리가 임상 3상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셔병은 유전적 돌연변이의 영향으로 특정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GL1) 등이 리소좀에 축적되는 진행성 질환의 하나로 10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전 세계에 고셔병 환자는 1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문제로 체내 세포의 특정 효소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제가 결핍돼 정상인만큼 당지질을 분해하지 못해 체내세포에 쌓여 골수에 영향을 미쳐 뼈 통증 및 괴사가 생길 수 있다. 간·비장·림프절 비대를 유발해 피로감도 쉽게 느낀다.

    고셔병은 임상적 증상에 따라 1형, 2형, 3형으로 구분된다.

    제1형 고셔병은 고셔병 환자의 약 99%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며 신경 증상은 없고 뼈, 간, 비장 등에 전구물질이 축적돼 골절, 출혈 경향, 빈혈 및 종양 발생 위험도 높다.

    제2형 고셔병은 대개 영유아기에 발생해 신경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진단을 받은 환자는 2년 이내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제3형 고셔병은 유년기 초기부터 말기에 증상이 나타나고 청소년기에 이른 사람들은 30~40대 이후까지 생존한다.

    국제고셔병협력협회(ICGG)는 정맥주사를 통해 부족한 효소를 직접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RT)을 표준치료법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만약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파킨슨병, 혈액암 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한계가 있다.

    유한양행은 체내합성효소를 억제함으로써 효소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줄이는 기질감소치료제(SRT)방식으로 YH35995를 개발 중이다. 저분자 화합물로 경구(먹는)제형으로 개발하고 있어 복용 편의성도 높고 전신흡수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제1형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고셔병 치료제와 달리 YH35995는 제3형 고셔병을 타깃으로 해 미충족 수요를 충족할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전임상 시험에서 우수한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인됐으며 특히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할 수 있도록 개발돼 동물에서 높은 BBB 투과율과 기존 치료제 대비 뇌 속 GL1 수치를 더 오래 억제하는 특징이 확인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마우스 실험에서 YH35995의 BBB 투과율이 경쟁약물 대비 2배 이상 높았다"고 설명했다.

    고셔병이 희귀질환이다 보니 상업성은 항암제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지만 유한양행은 향후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YH35995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브릿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고셔병 치료제 시장은 2029년 2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제3형 고셔병 치료제로 승인받은 이후 글루코실세라마이드 대사와 연관된 다른 질환들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다"면서 "초기 시장 규모가 작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성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