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우리 기술 활용… 수주 권리 없어"분쟁 유리하게 끌려는 복안 … 국제 중재-소송으로 지재권 보호전문가 "웨스팅하우스 사실상 수출통제, 정부 의원 외교 필요"체코전력공사 "입찰서 떨어진 참가자, 이의제기 할 수 없어"
  • ▲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한국수력원자력
    윤석열 정부의 2030년 원전 해외 10기 수출 전략이 경쟁국 견제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은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미국 원자력발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수출 과정에 잘못이 있다며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체코전력공사(CEZ)가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에 대해 일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 시각) 체코전력공사(CEZ)가 한수원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 반독점 사무소에 진정(appeal)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여하는 사업자는 입찰에 제공한 원자력 기술을 CEZ나 현지 공급업체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Generation II System 80 technology)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운전 기술 등에 적법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한수원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의 원전 수주도 잘못됐다는 논리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은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지도 않고, 웨스팅하우스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재라이선스를 줄 권리도 없다"며 "또한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 수출에 필요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오직 웨스팅하우스만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 월성원자력발전소(오른쪽 첫 번째 신월성 2호기) ⓒ정상윤 기자
    ▲ 월성원자력발전소(오른쪽 첫 번째 신월성 2호기) ⓒ정상윤 기자
    웨스팅하우스는 고리 1호기 건설부터 국내 원전 사업에 참여, 각종 원전 기술을 국내에 전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건설한 28기 원전 중 18기가 웨스팅하우스 계열로 알려졌다. 해외 수출용 원전의 기반도 대부분 웨스팅하우스 모델로 이들이 원천 기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022년 10월 미국 법원에 한수원이 원전 수출 시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원전업계에선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데에는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수원이 내년 3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최종 계약을 맺으려면 미국 정부에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러려면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가 원전 수출 신고의 주체는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수원의 수출 신고를 반려했다.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이다. 지난 1997년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전력공사는 한국형 신형원전 개발에 관한 기술전수 계약을 체결했고 2007년에는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은 바 있다.

    라이선스 계약 취지는 라이선스 받은 그대로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고, 2007년 라이선스 계약에도 한국형 원전을 미국을 제외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날 열린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및 원전 수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여해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재산권 특허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침해당한 재산권에 대해 특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이 보유한 기술의 하위적 측면은 본인들 것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수출통제를 걸고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원 외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수원도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은 현재 소송·중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기존 체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때도 같은 주장"이라면서 "체코 사업에 영향이 없도록 소송과 중재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웨스팅하우스의 이의 제기에 CEZ는 한수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뉴스통신(CTK) 등에 따르면 라디슬라브 크리츠 CEZ 대변인은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는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월 체코 정부가 입찰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