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앞두고 농산물 가격 급등세 달러 강세에 가공식품 물가도 자극 고병원성 AI 확산에 달걀값 상승 우려정부, 이번주 물가 관리 대책 발표 예정
  •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새해부터 물가가 비상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강세다. 수입 원재료 값 상승으로 주요 가공식품도 오름세다. 기후변화와 고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확산세를 보이면서 계란 값도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과일·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밥상물가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대비 9.8% 뛰었다. 2010년 21.3% 이후 최고치다. 신선과실이 17.1%, 신선채소가 8.2% 각각 상승했다. 신선과실 상승률은 2004년 23.4% 이후 20년만에 가장 높다. 주요 품목별로는 배(71.9%), 귤(46.2%), 사과(30.2%), 배추(25.0%), 무(24.5%)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선식품은 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다. 폭염과 늦더위 등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신선식품 물가가 높은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달 말 설날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 강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배추의 평균 소매 값은 한 포기당 5027원으로 전년 3163원 대비 58.9% 급등했다. 평년(3754원) 대비로도 33.9% 뛴 상태다. 무 1개 당 평균 소매 가격은 3206원으로 전년(1807원), 평년(2099원) 대비 각각 77.4%, 52.7% 뜀박질했다.

    재배면적 감소하고 지속된 폭염에 작황이 부진했던데다 지난해 김장철에 가격 안정을 위해 조기 출하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과실류 가격도 불안 양상이다. 설 성수품인 배 평균 소매가격은 10개에 4만1955원으로 전년(3만3681원)과 평년(3만3984원) 대비 각각 24.6%, 23.5% 올랐다. 사과 평균 소매가격은 10개에 2만6257원으로 평년(2만5457원) 대비 3.14% 높아졌다. 

    겨울철 과일인 딸기와 귤 가격도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딸기 평균 소매가격은 100g당 2542원으로 전년(2303원), 평년(2027원) 대비 각각 10.4%, 25.4% 올랐고, 감귤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당 5804원으로 전년(4279원), 평년(2942원)보다 각각 12.3%, 63.3% 비싸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가공식품 물가상승률도 지난달 2.0%를 기록하며 다시 2%대에 올라섰다. 12월부터 지속된 환율 상승은 수입 원료·원자재 단가도 끌어올리고 있다. 대부분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품업계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추가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날 경기 여주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H5N1형)이 발생하는 등 고병원성 AI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올해 겨울철 전국 가금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만 20번째다. 폭염에 따른 생산성 저하와 사료값 급등으로 가격이 뛴 상황인데 고병원성 AI 확산까지 맞물리면 계란값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산란계 살처분 수는 누적 135만 마리로 전체 산란계(8120만 마리) 사육 마리의 1.66%에 그치나 정부는 수급상황을 면밀히 관찰한다는 방침이다.  

    고환율의 영향으로 당분간 물가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고환율 등으로 좀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전망 경로상 환율 움직임, 소비 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화뉼이 1%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오른 영향이 파급돼 장기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0.1% 가량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환율 충격 후 3개월 이후 소비자 물가가 가장 크게 영향을 받으며, 최근 환율이 전년동기비 14% 오른 수준이라는점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1.4% 높일 수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성수품 물가 불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주 물가 관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성수품 공급과 할인 지원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소비자 물가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