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교착 상태 지속… 대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원·달러 환율 급등·코스피 48조 증발·CDS 프리미엄 상승내수 침체 심화까지… 재계 불확실성 해소 촉구
  •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등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등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면서 탄핵 정국으로 인한 혼란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직무가 잇따라 정지돼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내수 경기 침체와 대외 신인도 하락 등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사회 및 관가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된 데 이어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이날 만료를 앞두고 정치적·법적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업무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이관했으며, 경찰은 공수처와 협의해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이날 법원에 체포영장 재청구를 통해 유효기간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수본이 이날 즉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와 이를 둘러싼 국가기관 간 충돌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정부는 과거 탄핵 정국 당시 경제적 충격이 제한적이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충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원·달러 환율은 65.5원 급등했고 지난달 27일 장중에는 148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올해 1분기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 중간값은 1435원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2분기 중 1500원까지 치솟고 3분기 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시장도 지난 한 달간 약 48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국가신용도를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 채권 CDS 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35.75bp(1bp=0.01%p)였으나 올해 1월1일에는 38.15bp로 상승했다. 
  • ▲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 전경. ⓒ뉴시스
    ▲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 전경. ⓒ뉴시스
    불안한 국내 정세로 인해 소비 심리도 팬데믹 이후 가장 크게 위축됐다.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100.7) 대비 12.3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18.3p)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며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내수가 13개월 연속 부진 상태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신용카드 매출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통계청의 속보성 빅데이터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준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신한카드 데이터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26.3% 감소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역시 같은 기간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의 신용카드 매출이 1년 전보다 9%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겹치면서 소비 위축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해외에서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가득하다. 외신들은 지난 3일(한국시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트럼프 2기 집권으로 인한 미국 관세 인상 가능성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윤 대통령의 체포 무산이 더 큰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주요 재계 인사들은 정치적 안정화를 통한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촉구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5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경제에서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 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치솟을 위험은 물론,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 신인도 관리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면서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고 정치적 안정화가 실현되어야만 신뢰를 회복하고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