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텍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기술수출 후 계약금으로 주식 250만주 수령관리자산 146억달러 美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디어필드의 신약개발 자회사유동자산 622억원 보유에 VRN04·안비아에 대한 기대감으로 풀이AI 플랫폼 '보로노믹스' 통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 … 4종 임상 1상 진입
  • 보로노이가 다섯 번째로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며 K-바이오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매출 0원을 기록한 보로노이가 기술수출에 따른 계약금을 현금이 아닌 파트너사의 주식을 받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미국 바이오텍 안비아테라퓨틱스(안비아)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VRN04'를 기술수출한 후 안비아 주식 250만주를 계약금 명목으로 수령키로 했다. 

    1주에 1달러, 즉 250만달러(33억5000만원)의 가치로 산정됐지만 안비아는 비상장기업인 만큼 당장 현금화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당장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안비아에 대한 미래가치와 VRN04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비아는 미국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 디어필드가 지난 5월 설립한 신약개발 자회사다. 디어필드는 1994년 설립돼 생명과학, 의료기기, 진단, 디지털 건강 및 건강 서비스 산업 전반에 걸쳐 200개 이상의 민간 및 공공투자를 결합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관리자산 규모는 146억달러(19조4000억원)에 이른다.

    기술수출한 VRN04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만큼 류마티스 관절염, 건선, 아토피 피부염, 중증 근무력증, 갑상선안병증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술수출 계약도 안비아가 특정 연구에 대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뒤 내년 상반기 이전에 VRN04를 사갈 수 있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게 골자다.

    안비아가 옵션을 행사하면 보로노이는 추가로 안비아 주식이나 현금을 받게 된다.

    보로노이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 모두 전혀 매출을 올리지 못했지만 상반기 기준 622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8종의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전임상 또는 임상 1상 등 개발 초기 단계여서 R&D 비용도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보로노이는 상반기 R&D 비용에 123억원을 투입했다. 2022년 198억원, 지난해 234억원으로 R&D 비용 지출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시험을 수행하기보다는 파트너사에 기술수출하는 사업전략을 따르고 있는 보로노이는 해외 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할 때마다 계약금의 일부를 주식으로 받은 바 있다.

    보로노이는 2020년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오릭파마슈티컬스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07'의 글로벌 개발 권리(중화권 제외)를 계약금 1300만달러(154억원)를 포함해 총 6억2100만달러(7362억원)에 기술수출했다. 당시 계약금의 일부를 주식 28만3000주(지분율 0.52%)로 수령했다.

    2021년 8월 마찬가지로 나스닥 상장사인 트랙스테라퓨틱스에 자가면역질환 및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VRN02'의 글로벌 개발 권리를 계약금 500만달러(59억원)을 포함한 총 3억2500만달러(3835억원)에 기술수출했으며 계약금의 일부를 주식 6만3000주(지분 1.05%)로 받았다. 다만 트랙스테라퓨티스가 지난해 9월 개발을 청산하기로 결정하면서 VRN02 권리는 다시 반환받았다.

    보로노이는 2022년 6월24일 '유니콘 특례' 절차로 코스닥 시장에 처음으로 상장한 기업이다. 기존 기술특례상장 대상 기업은 전문 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기술성평가 A와 BB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지만 기업가치가 5000억원 이상으로 산정된 유니콘 특례상장 기업은 한 곳에서만 기술성평가 A등급을 받으면 된다.

    보로노이는 자체 개발 AI(인공지능) 플랫폼 '보로노믹스'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신약 후보물질 모두 보로노믹스를 통해 발굴했으며 VRN07과 VRN02, 교모세포종·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01,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VRN11은 임상 1상 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이들 신약 후보물질은 모두 합성의약품이라는 점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도전하는 다른 바이오텍과 차별성도 보인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합성의약품에 강점이 있다 보니 합성의약품 제조를 위한 설계 용역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중국 제약사 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