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속 수출 우상향 … 7000억달러 목표 달성 기대감↑중동 불확실성 지속 … 수출입 기업 절반 "연말까지 해상운임 상승할 것"안덕근 장관 "민관 합동 ‘수출 비상 대책반 가동, 수출 영향 최소화에 만전"
  • ▲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 ⓒ뉴시스
    ▲ 부산항 북항 자성대부두 ⓒ뉴시스
    올해 고물가·고금리 여파 속에서도 우리 수출이 우상향하고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IT) 기기와 선박 등 주력 품목의 수요 확대가 계속되면서 우리 정부의 역대 최대인 수출목표 7000억달러 달성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이 해상 운송 시장의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해상 운임 상승이 우상향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 수출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 1~8월 누계 수출은 450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같은 기간 누계 흑자 규모도 30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42억달러 개선됐다.

    상반기 수출이 좋은 흐름을 보인 가운데, 하반기 수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간 목표치인 7000억달러의 64.3%를 이뤄냈다. 통상 하반기에 수출 실적이 더 좋아지는 사실을 고려할 때, 목표를 채울 여력도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수출 증가율은 -11.5%에서 10월부터 12월까지는 5.7% 상승한 바 있다.

    수출 실적을 견인하는 것은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50% 이상을 유지해왔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등으로 기업용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와 D램 고정 가격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3대 주력 시장인 미국, 중국,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동시 플러스를 기록한 점도 주효했다. 대(對)중 수출은 8월까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1~8월 누계 대중 수출은 862억달러(+6.9%)로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847억달러(+15.5%), 아세안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산업부는 "주요 수출 시장 대다수가 플러스 성장세를 시현하며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올해 남은 기간 수출 잠재력이 높은 유망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현장 지원단을 집중 가동해 수출 기업의 현장 애로를 적극 발굴·해소하겠다"고 했다.
  • ▲ 해상 운임 ⓒSM상선
    ▲ 해상 운임 ⓒSM상선
    다만 중국발 밀어내기 물동량 증가 등으로 글로벌 해상 운임이 상반기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중동 지역 등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지난해 상반기 평균 976포인트에서 올해 상반기 2319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세계 곳곳에서 물류·운송 관련 파업 움직임이 있어 해상 운임이 다시 뛸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2대 국영 철도 회사인 캐네디언 내셔널과 캐네디언 퍼시픽 노사는 지난해 말로 만료된 노동 협약을 갱신하기 위해 장기간 협상 중이다. 

    미국 동부 항만 노조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와 미국 해양 협회의 협상도 결렬 위기로 알려진다. 인도에서도 12개 항만 근로자로 구성된 6개 노동조합 최근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미 자동차 타이어·부품, 화학, 전자 등 수출 기업들은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인한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입 기업의 83.3%(478사)가 수출입 물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애로 사항(복수 응답)으로는 물류비 증가(40.1%)와 선복(화물 적재 공간) 확보 차질(21.5%) 등이 꼽혔다. 이들 가운데 46.2%는 연말까지 해상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28.4%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최근 해상 운임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민관 합동 수출 비상 대책반을 중심으로 중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시나리오별 비상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여 향후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