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기본급 2019년 이후 매해 증가… 도 넘은 '모럴해저드' 비판전문가 "소폭 올랐어도 기능 다한 곳에 가만히 앉아 돈 버는 격"기능 종료 판단에 1년 후 폐업… 다른 기관과의 통폐합도 거론
  • ▲ 대한석탄공사 ⓒ뉴시스
    ▲ 대한석탄공사 ⓒ뉴시스
    70여 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내년에 폐업하기로 한 대한석탄공사가 추정조차 힘든 대규모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4년 연속 임원들의 연봉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기본급 예산안도 지난해에 비해 높게 책정하면서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올라 온 석탄공사의 올해 1분기 정기공시를 보면, 공사의 상임 기관장·이사·감사 등 임원의 기본급이 결산 기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증가했다.

    기관장의 2019년 기본급은 약 1억1000만원에서 매해 늘어 지난해 1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2019년 감사와 이사의 기본급은 9038만원에서 9600만원으로 올랐다.

    또 지난해 성과급이 지급될 정도의 뚜렷한 성과가 없었는데도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올해 기본급 예산안을 2023년보다 높게 책정했다. 상임기관장의 올해 기본급 예산안은 전년보다 약 300만원 올랐고 상임감사·이사의 연봉도 약 200만원 올랐다.

    그간 심각한 경영적자로 정부로부터 연간 1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처지인데, 임직원 연봉은 계속 올리며 여전히 방만 경영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6월 기업데이터 연구소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시장형 공기업 14곳, 준시장형 공기업 18곳 등 총 32곳을 대상으로 2022~2023년 결산 기준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석탄공사는 236.9점을 받아 조사 대장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영성과·채용·보수 및 복리후생 모든 항목에서 32위, 최하위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경영 방만 문제는 계속됐다.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2014년 C등급(보통)을 받은 후 2020·2022년을 제외하고 매해 D(미흡) 또는 E(매우미흡)을 받았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2018년 8월 발간한 '2018년 공기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석탄공사의 총인건비 인상률은 5.816%로 당시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 편성 지침'에서 제안한 총인건비 누적 인상률 목표(2.6%이내)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지침은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마련한 지침으로 공공기관들은 이를 가이드 삼아 임금인상률을 정하고 정부가 준수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석탄공사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총 12차례나 기재부에서 제시한 인상률 목표를 초과했다. 당시 석탄공사는 많은 부채가 있음에도 직원들의 인건비를 인상했다며 질타를 받았다.

    이뿐 아니라 올해 1분기 정기공시 보고서의 최근 5년(2019~2023) 종합청렴도 평가결과에서도 2020년(1등급)을 제외하곤 매해 4·5등급을 받았다.

    지난 1950년 설립된 석탄공사는 국민 연료인 '석탄' 공급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면서 최고의 공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고용 인원만 1만3000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고, 1981년에는 석탄 누적 생산량 1억톤을 달성하기도 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국민 연료로 부상했고, 석탄은 밀려났다.

    1990년대 초 문닫는 광산이 늘었고, 석탄공사는 경영난에 빠지면서 지난 1994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진입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사기업에 따라 재정 판단 기준이 다르지만 30년간 자본잠식 상태면 사실상 운영 기능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사기업이었다면 진즉에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본잠식 퍼센트를 봐야겠지만 가지고 있던 자본금도 거의 바닥났거나 심각할 경우 아예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물가를 생각해서 (연봉을) 올렸다고 쳐도 재정 상태를 고려했을 때 기능 없는 기관의 임원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어도 돈 벌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석탄공사의 자본잠식 상태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석탄공사의 부채가 너무 많아 부채 비율이 계산이 안 될 정도"라며 "사실상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석탄공사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고 있어 (부채와 석탄공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석탄공사를 1년 뒤 폐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에 석탄공사는 지난 7월 마지막 신규 사장 공모를 냈으며 임기는 1년이다. 

    산업부는 향후 석탄공사 운영방안에 대해 연구용역, 전문가 및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향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석탄공사를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통폐합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