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계열사 158개... 5년만에 2배 폭증골목상권 침해 논란, 시장지배력 독과점 이슈까지경영진 스톡옵션 매각 '먹튀 논란' 등 도덕적해이 불거져단체교섭 이어온 노조와 교섭 결렬 내홍 지속사법리스크 발생, 경영쇄신 차질 불가피
  • ▲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뉴데일리 DB
    ▲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 ⓒ뉴데일리 DB
    '4893만명' 카카오톡의 올 2분기 평균 월간활성화이용자(MAU) 규모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의 95%를 웃도는 수준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전 산업 영역을 종횡무진하며 고속 성장했다. 10년 만에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시가총액 70조원을 돌파하며 재계 서열 3위 자리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우뚝 섰던 카카오 제국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독과점 논란은 결국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법리스크로 이어졌다. 조직 내부 깊숙이 자리 잡은 카르텔 문화와 경영진 및 임원의 모럴해저드로 내홍이 격화됐다. 1세대 벤처 성공 신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카카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24년 7월 22일. 이날은 카카오 역사상 최대 위기로 기록된 하루였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 

    벤처 1세대 신화의 주역으로 꼽혔던 김 위원장의 구속 소식에 사측은 물론, 업계의 충격은 컸다. 과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결국 독(毒)이 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해석이 높았다.

    김 위원장은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의 흥행을 발판삼아 본격적인 플랫폼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이후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영어교육, 실내 골프연습장, 네일숍 등에 진출하면서 전국민의 일상 서비스에 녹아들었다.

    카카오의 주가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 6월 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58개로, 5년 전인 2016년(70개)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가치를 높이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독과점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는 사업 모델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다. 특히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2021년 당시 국감장으로 불려가 해당 이슈에 대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생안을 약속했다. 그는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플랫폼 기업 본연의 취지를 살려 할 일을 구분하고, 글로벌 혁신과 미래기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대내외적인 이슈들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카카오 왕국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2년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임원진이 900억원대 차익실현을 한 '먹튀 사태'가 발생한 것. 당시 류 대표 개인적으로 469억원을 현금화하면서 차익을 거둔 탓에 카카오 주가는 한 달 사이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 역시 스톡옵션 행사로 70억여 원을 벌어 들여 논란이 일었다.

    같은해 10월 15일 경기도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은 물론, 포털·게임·택시·인증·송금·결제 등 주요 서비스 13개가 일제히 멈췄다. 카카오는 당시 분할 저장 시스템 및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복구하는 데 나흘이나 걸렸다. 자체 인터넷 데이터센터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문어발식으로 외형을 불리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사법리스크도 불거졌다. 2023년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부터 15시간 40여분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매출 과대 계상 혐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바람픽쳐스 인수 시세조종, 카카오 가상화폐(클레이튼) 횡령 및 배임 의혹 등 전방위적인 사법리스크 위기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이 카카오의 구원투수로 영입한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의 폭로를 통한 내부 카르텔도 드러났다. 김 총괄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골프 회원권 ▲평가 및 보상제도 ▲법인카드 ▲데이터센터 건립업체 선정 등 각종 문제를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에 만연한 '형님 리더십'과 '회전문 인맥 인사'가 현재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일었다.

    카카오 노조도 카카오 경영진들의 내부 견제가 없는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하며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초과 근무를 비롯해 불합리한 인사평가 및 보상제도 등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들은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임원들의 해임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급기야 노조는 사측과 단체협약 교섭 결렬 공문을 발송,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진행한 상태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김 위원장은 17년간 길러온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수염을 밀고 쇄신을 다짐한다. 직접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과 CA협의체 공동 의장을 맡으면서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도 설치했다. 비(非)김범수계 라인인 정신아 대표를 새롭게 내정하고, 매주 월요일마다 공동체 경영회의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다.

    정 대표는 3월 취임 이후 그룹의 쇄신 작업을 1순위로 꼽고 슬림화 작업에 들어갔다. 주요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해 컨트롤타워에 변화를 주는 한편, 매년 2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매입하고 재직 기간 중 매도하지 않겠다는 책임 경영을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23개로 지난해(147개)보다 24개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끝내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 그룹 내 지배구조는 물론, 쇄신 작업이 물거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 상실을 비롯해 CA협의체 쇄신 작업, 주요 계열사 슬림화, AI 신사업 추진 등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총수 부재를 맞이한 카카오의 불확실성은 주가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 구속 당시 카카오 10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조 7120억원이 증발했다. 카카오 주가는 9일 기준 3만 2900원으로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증권업계도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하면서 카카오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