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농협,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하나은행, 한도 줄였지만 대출중단 조치 없어'2주택 이상=투기수요'… 실수요 대책서 제외하나은행 "풍선효과 발생시 중단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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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을 다시 열기 시작했지만 투기수요로 지목된 다주택 세대는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라 하나은행마저 취급 중단에 나설 경우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은행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1주택자를 포함한 유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6일부터 2주택 이상을 가진 다주택자 대상 수도권 소재 주담대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주담대의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중단해 한도를 줄이는 조치를 취했지만 대출 자체를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중 다주택 세대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투기수요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되 실수요자에게는 원활한 자금공급을 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각 은행들이 마련한 대출규제 예외 요건에도 2주택 이상은 해당 사항이 없다.

    ‘기존주택 처분조건’, ‘결혼 예정자’, ‘주택 상속인’ 등 은행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1주택자인 경우에 한해 대출 규제 예외사항을 두고 있다.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실수요자 심사전담반을 운영해 대출 실수요자 판단 기준을 지속 업데이트할 계획이지만 2주택 이상에 대한 예외 조항이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8개 국내 은행장은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1주택 조건에 한해서만 예외 조항을 마련하고 있고 앞으로도 2주택 이상인 경우는 예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역시 2주택 이상 소유한 경우 투기수요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가계부채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실수요라는 것을 일률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념적으로 보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는 것은 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을 기대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나은행이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 취급을 중단하지 않은 것은 다른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각 은행의 연초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 증가비율은 우리은행 376.5%, 신한은행 155.7%, 국민은행 145.8%, 하나은행 131.7% 순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연말까지 돌아오는 주담대 상환액 내에서 신규 대출을 관리해 가계대출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9조원 가까이 증가한 가운데 하나은행은 774억원 감소했다.

    다만 대출수요가 한곳에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급격하게 나타날 경우 하나은행도 다주택자 대상 주담대 중단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해서 풍선효과가 확인되면 검토하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대출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