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예산 1조7640억원… 집행률은 54.7% 불과전기차 구매 보조금 인상 유력… 가용 예산 최대 7000억원연말 자동차 가격인하 전망… 시장 활성화와 내수 진작 도모
  • ▲ 충전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 충전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정부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매 보조금 인상을 골자로 한 '전기차 이용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화재 발생과 진화의 어려움 때문에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자, 이번 주 내로 특단의 조치를 발표해 시장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14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차에 지급하는 구매 보조금을 연말까지 일시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전까지는 5500만원 미만의 전기차에 최대 650만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는데, 해당 보조금을 높이거나 제조사가 차량 가격을 낮출 경우 보조금 지급 비율 상한선(20%·100만원 한도)을 조정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미사용 예산을 끌어다 쓰는 방안이 유력하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29만2000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히며 보조금 예산 1조764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으로 일반인 대상 전기차 보조금 집행률은 전날 기준 54.7%에 불과하다. 

    특히 전기화물차는 16.9% 수준에 머물러 이대로라면 수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불용 처리될 수 있다. 이에 정부가 추가로 재정을 투입할 필요 없이 시장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보조금 한도 상향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의 집행률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쓸 수 있는 보조금은 최대 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면 내수 진작에 도움 될 거란 관측도 정부가 전기차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내수 소비재다. 역대 정부는 내수가 침체될 때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앞세웠는데 전기차 보조금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자동차 내수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올해 9월까지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98만2538대로 전년보다 판매량 9.6% 줄었다. 이는 전기차의 판매 부진 때문이다. 국산 전기차(승용 기준)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지난해 판매량(7만4949대)이 14.1%나 줄었다. 

    올해 8월까지도 4만6830대 수준에 머물며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저가 모델 출시로 하반기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8월 초 인천 청라의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까지 맞물리며 시장 상황은 더욱 어두워져 갔다.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일시적인 보조금 지원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두 가지로 알려졌다. 먼저 전기차 1대당 지급하는 보조금 한도를 올리는 방안이 있으나, 정부 예산으로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여론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판매사가 전기차 가격을 할인하면 보조금을 더 주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통상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연말에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 가격 인하를 비롯한 판촉 활동을 강화하는데, 정부의 보조금 확대 정책과 함께 전기차 판매와 내수 회복을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