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가 37만원 공개에 환자들 '오해' … 실제는 2배 더 비싸급여권 진입한 일본서 30만원대 수준 … 비급여 가격은 경쟁력 있어'삭센다'처럼 미용목적 집중 약제 아닌 치료개념 탑재가 관건
  • ▲ 오는 15일 국내 출시가 예정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한국 노보 노디스크
    ▲ 오는 15일 국내 출시가 예정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한국 노보 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의 블록버스터 비만약 '위고비' 국내 출시를 앞두고 환자는 물론 의료계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 체중감소에 더해 치매, 심장병 등 다양한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소위 '만병통치' 개념이 담기면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은 아직 먼 얘기여서 비급여 비용에 대한 환자 부담을 간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 이슈 등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초반 품귀 현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 위고비 국내 출시와 동시에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물량 접수를 시작한다. 위고비는 '1펜' 당 총 4회 쓸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이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초반 물량으로 각 '2펜'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약국의 사재기설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전반적 품귀 현상 탓에 실현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고비 출하가격은 1펜(4주분) 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됐다. 0.25㎎, 0.5㎎, 1.0㎎, 1.7㎎, 2.4㎎ 5개 용량으로 구성됐으며 5개 용량 모두 가격은 동일하다.

    이에 따라 위고비는 '37만원'이라는 수치가 드러나게 된 셈인데 이는 출하가에 불과해 실제 환자가 내야 하는 비급여 비용은 훨씬 더 비싸다. 대략 '80만원 이상'으로 가격대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 소재 가정의학과 의원 A원장은 "37만원으로 출하가가 오픈돼 다수의 환자는 그 가격으로 4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실제 비급여 가격은 80만원에서 1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개원가 B원장 역시 "우리는 급여권 진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2펜씩 공급받아 초반 품귀가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가격대가 환자들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급여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에 가격대가 30만원대다. 우리나라는 비만치료에서 있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비만대사 수술이나, 비만 합병증 치료로 제한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비급여 유지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급여 가격으로 국한해 적용하면 가격이 저렴한 국가에 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비급여로 위고비를 처방받는다면 1년간 2000만원 수준의 비용을 내야 한다. 

    ◆ '부작용·요요' 부각에도 이득이 더 많아 … 비만치료 체계 구축이 관건  

    초반 품귀와 비급여 처방의 한계에도 위고비가 가진 경쟁력에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약물이다. 이 계열 비만치료제는 포도당 의존적인 인슐린 분비 증가 및 글루카곤 분비 저해, 허기 지연 및 체중 감소효과가 있다.

    또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혈관 질환과 심장마비 등의 위험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질환이나 난임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보고되면서 '21세기 만병통치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철진 대한비만연구의사회장은 "GLP-1 비만치료제의 도입을 계속 강조해왔던 이유는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며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 이슈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득이 더 많은 약제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가 위고비보다 먼저 개발했던 동일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는 지난 2018년 국내 도입한 이후 개인 간 불법유통 등 문제가 존재했다. 위고비 역시 막대한 관심으로 추후 무분별한 거래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회장은 "미용목적에 집중됐던 삭센다 사례를 경험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사전에 방어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원활한 공급과 부작용 이슈에 대한 의료진의 적극적 개입 그리고 안정적 치료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고비도 요요가 불가피한 상황이므로 단순 주사제를 맞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주기적 비만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고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야 일라이릴리의 동일 계열 신약 마운자로(젭바운드) 도입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