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들이 잘 사나' 해답 제시한 제도경제학자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남-북한을 예로 제시해 눈길
  • ▲ 노벨 경제학상 '국가간 번영의 차이' 연구 아제모을루 등 3인 ⓒ연합뉴스
    ▲ 노벨 경제학상 '국가간 번영의 차이' 연구 아제모을루 등 3인 ⓒ연합뉴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가 벌어지는 데 있어 사회 제도의 중요성을 연구한 제도경제학파 다론 아제모을루(57)·사이먼 존슨(61)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64)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인이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 경제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면서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아세모글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2012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경제제도를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로 나누고, 포용적 제도가 국가 번영을 이끈다고 설명한다. 포용적 제도로는 사유재산제도와 민주주의 등이 거론됐으며 착취적 제도로는 독재와 권위주의 등이 서술됐다. 

    특히 이 책에서는 한국과 북한을 대조적인 예로 제시하고, 같은 민족, 문화, 지리적 조건을 가진 남북한이 서로 다른 제도를 채택해 발전 경로가 크게 갈라졌다고 분석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어마어마한 제도적 차이에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부국과 빈국으로 나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가 포함됐다는 얘기다. 

    노벨위원회는 "포용적 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장기적인 이익을 창출하지만, 착취적인 제도는 권력자들에게 단기적인 이익을 제공한다"면서 "정치 시스템이 권력자들의 통제권을 보장하는 한, 미래 개혁에 대한 약속을 신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며, 세 교수는 이 때문에 사회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고 평가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내 정치인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는 책으로 알려졌는데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읽었다며 이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윤 후보는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제도에 있다는 내용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노벨 경제학상의 정식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한 스웨덴 중앙은행의 경제학상’이다.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문학상·평화상 등 다른 5개 부문과 다르다.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에는 경제학 부문에 대한 언급은 없어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1969년부터 제정한 상이다. 수여 기관은 ‘스웨덴 중앙은행’으로, ‘스웨덴은행 경제학상’으로 표기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스웨덴왕립과학원이 선정해 '노벨 주간'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역시 노벨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 부문 수상자들과 함께 매년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왕으로부터 증서와 메달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