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문발차라도 시작이 중요 … 의학회·의대협회 참여 의사의료계 내부서 비판론 확산 … 실효성 따지는 야당환자 피해부터 막아야 …환자 단체 참여 요청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8개월간 단절됐던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일 예정이다. 의대학장, 의학회장 등이 속한 단체가 의료계 대표로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는 의료대란을 두고 볼 상황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인데 출범 전부터 난항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 KAMC)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좌초 위기에 놓였던 대화 테이블이 열린다는 의미다. 

    젊은 의사(전공의, 의대생)들의 참여 및 대화 거부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대신 이들을 가르친 대선배들이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며 "백척간두의 절박한 심정으로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는 의료붕괴로 이어지는 작금의 사태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책임감이 근간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은 이러한 선배들의 결정에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공동 의견으로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했다.

    젊은 의사들은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의 대화를 거부한 상황이어서 의협이 아닌 곳에서 참여한다는 것 자체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선생이 총대를 메고 나서면 제자들의 참여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여기에 '협의체 출범 전 의대생 휴학 허가', '2025년‧2026년 의대 정원' 등 첨예한 주제의 안건이 전제로 내건 상태여서 정상적 출범이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의료계 내부에서 협의체 참여를 결정한 단체를 향한 비방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의료포럼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와 의대생을 버리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정치권에 팔아넘기는 배신행위"라고 했다. 

    야당 역시 "의료계의 참여는 환영하지만 두 단체가 대표성이 없어 의협 등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떨어져 당장 출범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출범은 확정적이나 시기는 모호 … 환자 참여 가능성은 

    여러 한계점에도 여야의정협의체는 가동될 것으로 점쳐진다. 총대를 멘 선배들은 후배를 지키려 '절박한 봉합'에 무게를 뒀다. 그 중심에는 의료대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환자를 구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내포됐다.

    정부·여당은 협의체 출범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힘겹게 의료계의 참여가 결정된 마당에 이를 뒤엎는 것은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국면으로 향하게 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협의체를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 건강 하나만 보고 가면 된다. 그것 하나만 가지고 협의체가 출범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우선순위로 둬야 할 핵심 안건은 '환자 보호'다. 숙론을 강조하며 대통령실과 토론을 진행했던 서울의대 비대위도, 이번에도 참여의사를 밝힌 의학회와 의대협회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대화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필수의료의 주축으로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분야의 의사들이 대화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작금의 사태를 봉합해야 한다는 의지는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여야의정협의체 가동은 확정적이나 출범 시기는 모호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여러 장벽이 난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환자들도 협의체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료대란은 의사 부재로 환자 피해가 쌓여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이를 배제하고 협의체를 꾸린다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환자는 죽어가고 고통에 신음하는데 또 공염불 소리가 나온다. 여야의정 모두는 환자를 이용할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듣고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환자를 포함한 협의체를 가동해 의료대란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료계의 내홍, 정치권의 정쟁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 환자를 살릴 대책과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한시가 급한데 무엇을 망설이는가"라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