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등 3대 편의점 비교PB 브랜드가 매대 절반… 차별화로 모객 늘려더욱 강화한 편의성… 은행업무부터 티켓팅·인쇄까지韓·日 편의점 점포수는 비슷하지만 시장 규모는 '3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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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한류가 진화하고 있다. 그간 일본은 K-컬처 콘텐츠를 한국을 이해해가는 문화수용 수준으로만 받아들여왔지만, 이제는 한류를 일본 사회 속의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문화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불과 한 해 앞둔 현재,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K-컬처는 어떤 모습으로 일본 국민들의 삶에 스며들었을까. 이에 뉴데일리는 일본의 수도이자 문화·관광의 중심인 도쿄를 직접 살펴봤다. [편집자주]일본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거주지 인근에서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은행업·서비스·생필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궤도에 오른 것.특히 주력상품인 가공·냉장·냉동 식품의 경우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PB 제품을 전면에 배치하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편의점 트렌드는 어떠한지, 주요 편의점 3사를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해봤다.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도쿄 시부야와 긴자, 오다이바에 위치한 일본 주요 편의점 3사인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점포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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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의 공통점은 일반 매대와 신선 부문에 PB 제품을 전면적으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제품 겉면에 표기된 PB 브랜드 마크를 인지하기 전에는 ‘대체 어느 기업 제품이길래 매대에 다 깔려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국내 편의점 업계도 PB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매대 일부를 할애하고 있는 수준이다. 주요 식품제조사의 스테디셀러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보니 이러한 제품들을 우선 매대에 두고 남는 자리를 PB로 채우는 모양새다.반면 일본 편의점의 경우 신선식품은 물론 과자 등 상온 가공식품도 PB제품을 가장 좋은 위치인 매대 상단에 두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편의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이라는 브랜드를 찾아오게끔 하기 위함이다.지난 17일 방문한 시부야 패밀리마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파미아루’라는 이름의 PB 마크가 찍힌 제품들이 매대 상단에 위치해있었다. 냉장·신선코너도 마찬가지였다. 파미아루는 브랜드인 패밀리마트에서 착안해 ‘가족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를 담은 PB 라인이다. -
특히 ‘파미아루 키친’(도시락·샌드위치·냉동·냉장 등), ‘파미아루 베이커리(빵류)’, ‘파미아루 스위트(디저트·구운과자)’, 파미얼 프리미엄(고급 냉장·냉동 등)으로 세분화한 것도 독특했다. 편의점에서 다루는 전 카테고리에 PB를 적용해 차별화를 강화한 것이다.특화 도시락·라면 메뉴가 많아 관련 제품 판매가 많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과자류 매출이 높았다. 실제로 일본 패밀리마트에 따르면 9월 기준 PB 판매 상위 제품은 ‘볶은땅콩초콜릿’, ‘바삭바삭한 초콜릿콘’ 등 PB 과자 제품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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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븐일레븐도 다양한 PB카테고리를 운영하고 있다.
냉장·신선·상온·가공·빵류·과자·아이스크림·냉동·유제품·청량음료·술·생활용품·건강뷰티·문구 등 편의점에서 다룰 수 있는 사실상 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PB 카테고리 역시 세븐 프레쉬, 세븐 프리미엄, 세븐 프리미엄 골드, 세븐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세븐 카페 등 세분화돼있다.특히 홈페이지에서는 ‘오늘의 신상품’은 물론 ‘다음 주에 출시될 신상품’ 목록도 확인할 수 있어 세븐일레븐을 방문하는 고객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했다.같은 날 방문한 시부야역 인근 세븐일레븐은 PB 제품 외에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멀티 복사기’였다. 멀티 복사기는 모든 행정 서비스를 다룰 수 있는 기기로, 복사를 비롯해 사진 인쇄, 종이 인쇄, 스캔·팩스 등이 가능하다.여기에 더해 영화 예매권과 고속버스 티켓, 복권 구매도 가능하며 행정 서류 출력도 가능하다. 1Day 보험, 자전거 보험 등도 가입할 수 있으며 ‘세븐은행’과 연계해 은행 업무도 볼 수 있다. -
로손은 특이하게도 간판에 따라 각각 다른 테마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나 패밀리마트도 점포 크기에 따라 다루는 상품의 개수가 차이가 나지만 로손은 외관부터 확연하게 구분하고 있다.파란색 간판의 로손 스테이션은 일반적인 편의점과 동일하다. ‘UchiCafé SWEETS’라는 독자 브랜드를 앞세워 디저트에 힘을 주고 있고, 마찬가지로 PB 브랜드인 로손셀렉트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붉은색 간판인 ‘로손 내추럴’은 건강식품을, ‘로손 스토어 100’은 신선식품과 일용품을 낮은 가격으로 선보이는 등 점포 성격을 달리해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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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로손은 미술관 예약티켓 발매를 독점하고 있다. 지브리 미술관이나, 만화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모토 히로시의 히스토리로 꾸며진 ‘후지코 F. 후지오’ 박물관 등의 티켓을 로손에서만 출력·수령할 수 있다.로손의 냉장 매대는 전부 PB 제품인 로손 셀렉트가 배치돼있었다. 특정 점포만의 배치 전략이 아닌 대부분의 매장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 제품을 구매하려면 로손으로’라는 영업 방식이 확연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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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편의점 점포 수는 역전됐다. 일본프랜차이즈협회가 발표한 9월 편의점 통계 조사 월보에 따르면 9월 기준 점포 수는 5만5709개로 나타났다.전년 대비로는 0.1% 감소, 올해 1월(5만5657개)과 비교하면 0.09% 신장했다. 사실상 증감이 멈춘 수준이다.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5580개로 나타났다. 매년 1000여곳 이상의 점포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업계에서는 올해 9월 기준 이미 일본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다만 국토면적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편의점 밀도가 훨씬 높다. 대한민국(남한) 면적은 9만9973㎢, 일본은 37만7835㎢로 약 3.8배다. 국토 면적은 4배 가까이 차지가 나지만 편의점 수는 비슷한 셈이다.전체 규모도 차이를 보인다.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100조)의 ⅓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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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준 국내 편의점 식품 비중은 식품 비중이 57%, 비식품이 43%으로 얼핏 비슷한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쏠림 현상이 심하다.식품의 경우 ‘음료 등 가공식품’이 47.5%로 대부분이었으며, ‘즉석 및 신선제품’은 9.5%였다. 비식품에서도 ‘생활용품’과 ‘잡화’는 각각 3.8%, 1.3% 수준이었다. 담배 등 기타가 ‘37.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실상 국내 편의점 매출의 80%가 가공식품과 담배에서 발생하는 셈이다.반면 9월 기준 일본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냉장·신선식품 35.0%, 가공식품 28.3%, 비식품 31.7% 서비스류(항공권, 티켓, 복권 등) 5.0%였다. 통상적으로 일본 편의점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5%로 추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현재 국내 편의점 업계의 PB 상품 비중은 약 20~30% 수준으로 일본(50% 이상)보다 낮다. 다만 최근 인플루언서·예능 프로그램 등과의 협업을 통해 단독 상품을 내는 만큼 이러한 비중을 점진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강화하기 위한 특화점포는 물론 PB 브랜드 구색을 늘리고 있다”면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