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HD 긴급경영점검회의행사 줄줄이 취소… 상황파악·예의주시 집중민노총, 오늘부터 정권퇴진 무기한 총파업
  • ▲ 비상계엄이 선포된 4일 새벽 국회의사당에 출동한 군인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를 벗어나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된 4일 새벽 국회의사당에 출동한 군인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를 벗어나고 있다ⓒ이종현 사진기자
    한밤 중 전 국가를 휩쓴 비상계엄 후폭풍에 경제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성장률과 무역수지 전망이 속속 하향되는 가운데 터진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심리로 이어질까 불안한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LG 등 주요 그룹은 이날 오전 수뇌부를 중심으로 계엄령 파장이 미칠 영향에 대한 파악에 들어갔다. 주요 기업들은 변동폭이 커진 주식시장과 환율, 금리 등 지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존에 체결한 계약과 앞으로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계열사 CEO가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을 논의 중이다. 본사가 여의도에 위치한 LG는 이날 새벽 직원들에게 다른 곳으로 출근하거나 재택근무를 권고하기도 했다.

    HD현대는 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고, HS효성도 오전 중 긴급 경제 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계엄사태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1.97% 하락한 2450.76으로 출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5.2원 뛴 1418.1원으로 문을 열었다. 환율은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1446.5원까지 치솟았다.

    4대 그룹 관계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고, 또 대응하기도 전에 종료돼 어떻게 해야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진행 상황을 살피며 움직임을 최소화 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 4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 4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실제로 전격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150여분 만에 국회가 해제요구를 의결했고, 다시 국무회의서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6시간이었다.

    당장 상황 파악에 집중하려는 기조가 굳어지며 경제계에선 예고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이날 예정됐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연기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개최하는 안전문화혁신대상 참석을 취소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GM 부평 공장 방문 일정을 미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법 개정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취소됐다.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세원 정부여당과 야당과의 정치적 쟁점으로 발돋움한 이슈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최대 요인으로 꼽히는 '노조 리스크'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비상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선두에 서서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5일 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의 집회 규모도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2일과 3일 이틀간 출정식을 연 포스코 노조는 오는 19일 예고한 서울 집회를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도체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에게도 노조 리스크는 부담이다. 삼성전자 대표교섭노조는 그동안 한국노총 소속이었지만, 민노총의 집회 시위 수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여기에 편승해 강경노선으로 전환할 여지도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연말까지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짐작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12월은 경제계에선 한 해를 마무리 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기간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