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업황저하 캐피탈·저축銀 위주 유상증자 '활발'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 위해 배당성향 평균 75%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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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에 대한 비은행금융그룹의 유상증자가 2022년 말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업황 악화 장기화로 인한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자금수혈이다.

    1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비은행금융그룹들이 주요 계열사에 실시한 유증 횟수는 2011년 말부터, 합산 금액은 2023년부터 상승세를 나타냈다. 2019년 말 유증 횟수는 연간 6회, 금액은 8000억원이었던 것이 2012년 말에는 각각 11회, 1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유증이 12회 실시됐고 금액은 2조4000억원으로 예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불경기' 캐피탈·저축銀에 숨 가쁜 유동성 공급

    2018~2024년 유증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은 횟수는 캐피탈사가 16회로 가장 많았다. 저축은행(12회), 증권사(11회)가 뒤를 이었다.

    부동산 경기 저하로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업황이 악화하면서 이 계열사들에 대한 증자가 늘었다.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여파로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지난해 들어 손실완충력 제고를 위해 증권사에 대한 유증도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캐피탈에 대한 유상증자를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2019년 500억원, 2021년과 2024년 각각 1999억원 규모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캐피탈, 저축은행, 증권 등 계열사별로 골고루 유증을 실시했다. 특히 한국투자캐피탈과 한국투자저축은행에 대해 자분완충력 제고를 위한 유증을 연간 500억~900억원 규모로 해왔다. 지난해에는 유증 규모가 캐피탈 5200억원, 저축은행 4200억원으로 확대됐다.

    OK금융그룹은 OK저축은행에 2022년과 2023년 각각 1000억원과 500억원의 유증을 실시했고 웰컴금융그룹은 웰컴저축은행에 2022년 1000억원의 유증을 실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자기자본 대비 유증 금액 비율은 한투금융이 12.6%, 웰컴금융이 12.5%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외형 대비 유증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의미다.

    반면 메리츠금융은 유증이 빈번했지만 자기자본 대비 금액 비중은 낮다. 그룹 외형 대비 금액 부담은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가 있는 경우 상대적으로 유증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관측됐다. 의사결정과 실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한투금융과 메리츠금융이 대표적이다.

    실질적 지주사를 두고 있는 OK금융(오케이홀딩스대부)과 웰컴금융(웰컴크레디라인)도 신속한 유증 실행에 유리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그룹, 자회사 유증 시 '배당'도 늘렸다

    향후 추가 유증 필요성을 살펴보면 자본적정성이 업계 평균 대비 저조한 수준인 OK저축은행, 다올저축은행이 꼽힌다.

    다만 한기평은 "다올저축은행의 모회사인 다올투자증권이 올해 상반기 적자를 시현했고 지난달 신용등급이 'A-'로 강등된 것을 감안하면 지원여력은 축소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OK저축은행 역시 그룹 전반의 실적 악화로 유증 실행 가능성 축소가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증과 함께 배당이 늘어난 금융계열사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경영환경 악화로 배당 여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자본확충과 투자 매력도가 동시에 올라가는 요소"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은행계열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018~2021년 15~20% 수준을 보였으나 지난해 75%로 크게 올랐다. 유증이 활발해진 시점과 시기를 같이 한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 메리츠, 웰컴, 대신금융 계열사들이 유증 시 배당을 확대하거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안정적인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를 위해 자회사에 유증 시 배당 확대를 병행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