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작년 설보다 13.8% 늘어내수진작 효과 예상치 밑돌 가능성 커오피스 상권 침체… "세심한 정책 펼쳐야"
  • ▲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며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에 정부가 임시공휴일 지정에서 근거로 내세웠던 '내수진작' 논리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연휴 기간 증가로 인한 여행수요 확대 등으로 항공 분담률은 전년보다 2.8%에서 3.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휴에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지난 설보다 많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던 이유다.

    이와 함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국내에서 운영 중인 6곳의 국제공항에서 총 134만295명(출발 기준)이 해외로 떠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열흘간 하루 평균 출발 승객은 13만4000명으로 작년 설 연휴 일평균(11만7000명)보다 13.8% 증가할 전망이다. 2020∼2024년 총 10번의 명절 연휴 중 이번 설 연휴보다 일평균 승객이 더 많았던 때는 작년 추석(13만7000명)뿐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27일을 임시공휴일 지정하면서 직장인들은 주말을 포함해 6일 연속 쉴 수 있게 됐다. 만약 31일에 연차를 낸다면 최대 9일 연속 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수가 자연스레 늘어났다는 게 중론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에서 근거로 내세웠던 '내수진작' 효과가 예상치를 밑돌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이나 동남아 같은 주변국들은 금방 다녀올 수 있어서 주말과 기존 휴일 사이에 임시공휴일을 배치한 게 해외여행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며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 진작 효과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정부에서 나름 예상했던 증가분보다는 적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 서울 시내의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의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더구나 이러한 정책이 최근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 21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특히 음식료품 소비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연속 증가했지만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이달 소상공인 경기전망(BSI)은 75.5로 전월대비 3.8포인트(p) 줄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52.7%)과 정치적(계엄·탄핵) 요인(20.6%)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는데, 전통시장 경기전망도 76.9로 전월 대비 0.6p 감소했다.

    이 가운데, 연휴 일수 증가로 직장인들의 출근 날짜가 더 줄어들면서 오피스 상권 인근 소상공인들 매출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임시공휴일로 연휴가 길어졌지만, 이들 소상공인이 울상인 이유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A씨는 "불경기에 저녁 손님은 줄어들고 요새 점심 손님으로 간간이 버티고 있는데 연휴가 길어지면서 가게를 무작정 닫아야 하게 생겼다"며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휴일이겠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정부 세종청사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B씨는 "지난해 말 계엄이 선포되면서 인근 공무원들의 약속이 대거 취소되고, 매출은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면서 "이번 연휴에도 매출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정부가 자영업자를 보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된다. 최 교수는 "최근 경제상황과 함께 정치적 혼란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도록 세심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