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소동, 탄핵정국 급변 …불확실성 확산對美 등 정책적 대응 혼선 우려한국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고개신인도 급추락, 후유증 불가피
  •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연합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연합
    계엄령 소동으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주요 생산국인 한국에 대한 공급망 리스크가 불거졌다. 이를 빌미로 내년 1월 들어서는 트럼프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현재 중국에게 빼앗긴 제조업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한국의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들에게 공장을 미국 현지에 짓도록 유도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칩스법', 'IRA' 등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한국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에게 미국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은 관세를 올리면 이를 피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어차피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정권에서 지급하기로 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보조금을 재검토하거나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정권은 이를 실행하기 위한 명분이 없었으나, 때마침 이번 계엄령 소동으로 한국의 '공급망 리스크'가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미국이 자국내 반도체 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고, HBM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하이닉스를 견제하기 위해 벼르고 있을텐데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며 "트럼프가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할 게 반도체 견제일텐데 빼도박도 못하게 됐다"고 아쉬워 했다. 
  •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연합
    현재 칩스법에 의거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64억달러의 보조금,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최대 5억달러, 최대 25%의 세액 공제 혜택 등을 받기로 얘기가 돼있다. 하지만 아직 최종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를 이끌 예정인 '비멕 라마스와미'는 칩스법 보조금을 "낭비성 보조금"이라고 지칭하며 "모두 재검토하고 조사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번 계엄령 소동이 칩스법 보조금 재검토를 위한 근거로 미국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자동차·배터리 업계에도 미국이 유사한 논리가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정세가 불안정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생산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며, 보조금 지급은 필요 없다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삼성전자
    바이든 정권은 IRA를 통해 전기차 구매 시 소비자에게 세금 7500달러를 감면해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3사 입장에선 폐기보단 부분 축소 방향으로 트럼프 정권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트럼프 '맞춤' 인사를 단행해 미국통을 전지 배치하는 등 채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SDI는 이달 글로벌 사업 확장 등 미국 진출을 고려한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민관이 힘을 합쳐 트럼프 정권의 IRA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계엄령 소동이 터지면서 설득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정국 혼선속에 산업부, 외교부에서 나설 수 있겠냐"며 "미국 측에서도 계엄령 소동이 마무리된 다음에 대화를 나누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