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사, 사외이사 후보 복수 추천임명권 쥔 금융위, 9개월째 감감무소식노사 추천 후보 vs 친정부 인사 조율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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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K기업은행이 사외이사 체제를 당분간 종전 4인에서 3인 체제로 유지하기로 했다. 

    줄기차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사외이사 임명권을 쥔 금융위원회와 입장 차가 커 후임을 낙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4월 임기가 끝난 김정훈 사외이사의 후임을 9개월째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정훈 사외이사 후임으로 복수의 후보를 금융위에 추천했으나 은행과 금융위 간 협의 과정에서 불발돼 아직까지 사외이사를 찾지 못했다”면서 “내년까지 당분간 사외이사 3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총 4명(김정훈, 정소민, 이근경, 전현배)이었으나 지난 4월 김정훈, 정소민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됐다. 2021년 임명된 정소민 사외이사는 연임됐으나 지난 2018년 임명된 김정훈 사외이사는 연임을 할 수 없어 후임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김성태 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은 머리를 맞대 지난 3월께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확보했고, 이후 금융위에 노사 공동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김성태 행장은 당시 사외이사 후보군에 대해 “은행 경영에 도움이 되고 금융에 대한 식견이 높은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를 모실 것”이라며 “교수뿐만 아니라 경영, 법조계 등 전문성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사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업은행 노사가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지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금융위가 낙점하지 않은 것은 정부와 금융위가 점찍은 사외이사 후보를 내려보내기 위해 기업은행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책은행 특성상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친정부 인사를 선임한 전례가 다반사다. 

    반면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노조추천 사외이사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또 낙하산 사외이사를 제지하기 위해 금융위에 친정부,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기업은행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 측이 염두한 사외이사 후보와 기업은행 노사가 공동 추천한 이사 후보를 놓고 서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안다”면서 “적합한 사외이사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