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설 연휴 대책에 '중중' 빠져 …지역별 병원목록 시급충청권 비상, 위중증 발생시 '전원 난이도' 높아'빽' 있는 의사 만나야 대응 가능한 실정 기피과·의대증원 문제 맞물려 심각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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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감 대유행에 세포융합바이러스(RSV),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HMPV), 코로나19 등 각종 호흡기 감염병과 노로바이러스도 동시에 유행하고 있어 소아과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이러한 상황 속 수도권 외 지역에서 중중 환자를 대처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충청권이 심각하다. 

    16일 의료계는 소아과 개원가, 소아청소년병원, 상급종합병원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소아진료 체계가 원활히 작동되지 않아 특정 구간에서 병목현상과 과부하가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과 지방의료의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소아 중증은 각 지역별로 대응이 어려워 전국구로 범위를 넓혀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야 하는 실정이다. 

    소위 '빽' 있는 환자가 아니라 빽 있는 의사여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치열한 생태계로 전환된 것이다. 

    충청권에서 소아청소년병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수도권 외 지역은 전부 힘든 상황이지만 유독 충청권에서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의대증원 여파로 인해 각 대학병원 또는 상급종합병원 인력난이 가중됐고 그 공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위태로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인맥을 가동 중이다. 대학병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각종 학회 참여를 통해 많은 교수를 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중증 아이들을 전원 보내고 있다"며 "이러한 경력이 수반되지 않은 의사들은 한계에 부닥친 상태"라고 우려했다. 

    충북에서 유일하게 소아응급환자 진료체계를 갖춘 충북대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인력의 잇단 사직으로 공백으로 운영에 비상이 걸렸고 소아과 전공의도 1명뿐이다. 충남, 대전권 병원도 진료망을 유지하기 위해 소수의 의료진이 숙식을 하며 환자를 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충청권 내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 수도권으로 중증 환자를 넘겨야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비단 충청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료의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최용재 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충청권 내에서 위중증 환자의 전원에 큰 어려움이 있다. 강원권 역시 마찬가지로 상황이 매우 위태롭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꺼낸 설 연휴 진료 대책은 1차 진료를 강조하는 보여주기식 처방에 불과해 소아 및 중증 환자를 제외한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가장 급한 부분은 중증 소아와 고위험 산모를 전담할 지역별 병원 목록이 필요한 것"이라며 "배후 대책이 없다면 문제는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뜩이나 4개의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쿼드 데믹'으로 소아감염병 환자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중증 이환 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독감 합병증으로 뇌염, 심근염이 발생하고 있으며 신속한 소아 중환자실 이송이 중요한데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오는 3월 개학 시즌을 기점으로 독감 유행파 재확산과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진다. 공교롭게도 이때 각 대학병원 소아과 인력난은 더 심각해진다. 의대증원 갈등을 넘어 기피과 낙인으로 사직 전공의 복귀가 불투명하고 전임의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소아과 전문의는 "소아과 문제는 예전부터 지속된 고질병이었지만 올해는 그 심각성이 도드라져 위태롭다. 특히 지역의료 내 대응이 어렵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소아진료 체계 강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