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값 에너지와 가스·석유 생산 확대 공약 韓, 지난해 미 원유 수입 역대 최대… 올해 더 늘듯"무역수지 균형 위해 수입 늘릴 품목으로 에너지 꼽혀"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입 원유 중 미국산 비중도 역대 최대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정책으로 화석연료 부활과 미국 무역적자 해소를 꼽고 있어서다.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대(對)미국 무역수지 흑자 줄이기가 '발등의 불'이 된 만큼,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카드를 뽑아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총 1억3700여만톤 중 미국산은 2151만톤을 기록했다. 4789만톤으로 1위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역대 최대 수입이다. 

    한국의 수입 원유 중 미국산 비중도 15.7%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34.9%)와 격차는 있지만 2019년부터 아랍에미리트, 이라크를 제치고 2위에 안착,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산 원유 수입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에는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3% 관세 면제로 높아진 가격경쟁력이 한 몫했다. 또 중동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원유 수입처 다변화 지원 제도'도 영향을 끼쳤다. 미국산 원유 운임이 배럴달 약 4달러로 중동산보다 약 2달러 더 높지만 이 제도에 따라 차액 일부를 보전해줘서다. 

    향후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와 고관세 정책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 와서다. 1기 행정부 때에도 무역적자 개선을 주요 정책기조로 삼아왔던 만큼 2기 행정부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관세정책을 펼 것이란 예상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다 미국을 상대로 얻어낸 무역 흑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 한국은 2021년까지 미국 무역적자국 14위에 그쳤으나 2022년 9위로 10위권에 들었고 2023년에는 8위까지 올라왔다. 지난해도 비숫한 순위일 것으로 보여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미 무역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에서 수입을 늘릴 만한 품목으로는 원유 등 에너지가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를 수차례 언급하며 가스·석유 생산 확대를 강조해왔다. 셰일가스 증산 유도를 통한 '반값 에너지' 공약을 내세운 만큼 향후 공약 실현시 미국산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미국산 에너지의 공급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인 취임 첫날 무더기 행정명령 공언한 가운데 석유 시추 등 화석연료 산업 지원도 포함될 것이란 예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국 8위로 국가적 차원에서는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수입을 늘릴만한 품목은 원유 등 에너지 외에는 뚜렷하게 없는게 사실"이라며 "관세 인상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제3국에서 수입하던 원유, 셰일가스 등을 미국에서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원유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화석연료 의존이 높아지고 셰일가스 개발이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미국산 석유·가스 도입이 경쟁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도 최근 전략비축유 중 일부를 기존 중질유에서 경질유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중질유 위주 중동산에서 경질유 위주의 미국산으로 수입 물량을 늘리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질유 슈요가 증가하고 있어 경질유 확보 및 수입 비중 확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