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설'에 1월 수출 10% 넘게 감소하며 하락 전환 특정 품목·국가 집중도 높아 통상변화 타격 불가피 '대행체제의 대행체제'로 통상 대응 한계 우려감 정부 지원 사격·대미 소통 창구 확대 필요성 대두
  • ▲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 전경. ⓒ연합뉴스
    ▲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 전경. ⓒ연합뉴스
    내수 침체 속 한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도 이달 플러스 행진을 멈췄다.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도 지난달 적자 전환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역대 최대인 70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수출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탄핵 정국과 미국 신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은 특정 품목과 일부 국가에 쏠려 있어 통상 변화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0.3% 감소한 491억2000만달러로 16개월만에 감소 전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설 연휴가 2월에서 1월에서 앞당겨지고 임시공휴일로 조업일수가 전년 대비 4일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1월 무역수지도 19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6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더욱이 문제는 특정 품목과 일부 국가에 대한 집중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최대 품목인 반도체(101억달러)와 컴퓨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8억달러)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8.1%, 14.8% 늘어났지만 나머지 품목 수출은 일제히 감소했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수출 비중도 20.6%에 달했다. 

    한국 최대 수출국인 미국(18.9%), 중국(18.7%)으로의 수출 비중만 37.6%에 이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우리 수출이 중국과 미국에 집중돼 있고 품목도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 특정 품목에 의존하고 있어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수출 둔화세는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부도 올해 수출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로 예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제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인상,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 등을 예고함에 따라 한국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산 미국 수출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인상될 경우 대미 수출이 축소되고 멕시코와 캐나다 등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한 국가에 고관세 부과 시 한국산 중간재 수출 감소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국에 대한 관세 압박 발언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최근 "한국·일본 등 동맹들이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해왔다"며 수위 높은 발언으로 압박에 나섰다. 특히 한국 가전업을 콕 집어 거론하며 "이제 그들과 협력해 그 생산(기반)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7일(현지시간)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 "외국 생산자는 미국 성장이나 발전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며 관세 부과 대상 산업으로 의약품, 반도체, 철강을 꼽았다. 한국에 대해서도 지난 임기 당시 한국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을 언급하며 "내가 없는 동안 현재 그들은 번창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다시 관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한국 수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보편관세나 한국을 타깃으로 한 무역조치의 현실화"라며 "미국 무역 제재에 대해 중국이 제3국 시장으로 저가 밀어내기 수출로 대응하는데 따른 공급과잉 현상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수출 환경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이달 중 범정부 차원의 비상수출대책을 발표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사격에 더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자 자유무역협정(FTA) 가입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소통창구를 확대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장 원장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인증이나 바이어 알선 및 정보, 무역금융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환변동보험 재원 확대도 이뤄져야 한다"며 "미국·중국 뿐 아니라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국가인 아세안, 중동, 인도 등의 국가로 수출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FTA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CPTPP 등 메가 FTA를 늘려 정부의 협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에서 통상외교 관련 활동을 전담하는 가칭 '통상협력대사'를 대외직명대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국제투자협력대사와 국제금융협력대사를 임명한 바 있다. 

    정다연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통상협력대사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율 최소화 혹은 IRA 유지를 위한 외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컨대 IRA 추진 이후의 대미 투자 실적을 홍보해 우리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거나 합작 투자한 미국 기업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미국 내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