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힘들다"한국도 관세 사정권… 4월이 두렵다 崔 대행, 트럼프와 통화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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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총포를 쐈다. 관세인상을 통보받은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이 일제히 맞대응에 나서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국내 산업계를 중심으로 해법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북미·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대기업에 소재·부품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관세 영향권이라 전전긍긍하며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힘들다"3일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업군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트럼프 관세가 심화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 진단했다.주 실장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가동률을 낮추면 납품해온 중소기업은 매출 감소로 힘들고, 만일 관세를 부담하고 미국으로 수출을 하더라도 중소기업 역시 관세 비용을 더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제조 중소·중견기업들이 직접 미국에 진출하진 않았으나 대기업에 완성품 밴더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완성품에 따른 관세를 대기업과 함께 분담하는 구조가 될 것이란 의미다.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관세폭탄에다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남아 있는데 자동차, 반도체 쪽에 납품하는 2차, 3차 기업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면서 "중견업들은 관세를 높이면 1년치 전략을 새로 짜야하는 구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이어 "관세 비율이 오르는 것을 가장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실제 중견기업들의 절반은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올해 투자 계획이 없다. 지난 1월 중견련이 발표한 '2025 투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4% 기업이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불확실한 시장상황(38.2%)'이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
-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 한국도 관세 사정권… 4월이 두렵다한국도 미국의 관세 사정권 안에 있다. 단지 1차 타깃에서는 제외됐을 뿐 2분기가 시작되는 4월에는 미국의 6대 수입국인 한국에 대한 관세조치가 발표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구두협박에서 실제로 관세단행을 꺼내들면서 한국에 추가 관세 부과는 시간문제다.미 행정부 상무부 수장으로 발탁된 하워드 러트닉은 인사청문회서 "세계 2차 대전, 한국전쟁 이후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미국의 친절함과 고마움을 다른 국가가 이용하고 있다. 그 무례함을 끝내야 한다"면서 한국산 가전을 언급했다. 또 보편관세의 부과 시점으로 올 4월을 지목했다.만일 한국제품에 대한 10% 보편관세 조치가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에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캐나다, 멕시코 등에 거점이나 공장이 없는 중소·중견 생활가전기업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경동나비엔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매출의 72%가 해외에서 발생했는데 그 중 북미 비중이 60%나 된다. 국내·해외로 출고되는 상품 전량은 모두 경기 평택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보일러와 온수기는 생존필수제로 미국 관세 사정권에서 한 발 비껴서 있다.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미 달러 강세에 국가간 교역 감소도 우려된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70원대로 급등했다가 1467.2원에 마감했다.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우려된다"면서 "고환율 여파로 유연탄 수입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또 관세 인상으로 국가간 교역이 줄어 물동량 감소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내 물류업계도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다.◆ 정부 '보호무역 패키지' 예고… 트럼프와 통화도 못해정부는 이달 중으로 보호무역 패키지를 내놓고 수출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관세 피해 기업에 △무역보험 한도 증액 △보험료 할인 △신규 거래처 확대 등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또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부과에 따라 반사 이익이 기대되는 기업은 수출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신속수출을 지원하기로 했다.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 강조했다. 최 대행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과 수출기업들을 만난 자리서 이같이 밝혔다.그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하지만 대통령 탄핵사태로 정상외교가 막힌 정국서 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 정부가 한국을 타깃으로 직접 통상 압력을 가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나 최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못했다.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배제되는 바람에 동맹강화로 풀어갈 수 있는 문제들도 관세폭탄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