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지상 산불진화역량 확충' 비전 제시… 실상은 정반대러-우 전쟁으로 헬기 부품수급 곤란… 중고부품 '안전문제'헬기 60%는 가동중단 위기… 현장인력까지 지방청 등 파견건조특보 발효일 30년간 2배… 대형산불 10년간 4배 늘어
  • ▲ 산림청이 발표한 '산불방지 종합대책' 일부 ⓒ산림청
    ▲ 산림청이 발표한 '산불방지 종합대책' 일부 ⓒ산림청
    산불 발생 빈도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당국이 불을 끄는 인력을 줄여 논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산불진화 헬기 부품 수급이 어려워 대응 여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인력이라도 늘려야 판에 산림청이 공중진화대원을 지방청 등으로 파견 보내며 현장 인력을 줄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산림청은 러-우 전쟁으로 인한 헬기부품 수급 곤란으로 러시아산 헬기 가동 중단 위기를 겪고 있다. 산림청은 현재 총 49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60%에 달하는 29대가 러시아산(KA-32) 기종이다.

    이에 산림청은 최근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내고 △헬기 추가 확충(1대) △해외 임차 헬기 운영 △국내 점검 대체 △헬기 재배치 △공중진화대 파견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졸속행정이란 비난에 직면하며 현장 경험이 없는 임상섭 청장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고 있다. 

    우선 헬기 추가 확충과 해외 임차 헬기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관계자는 "해외 임차는 작년에도 진행됐는데 해외 조종사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생긴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헬기 레펠 등 구조작업은 장비 문제로 러시아 헬기만 가능하다"면서 "현장 중심으로 이번 대책이 피부에 와닿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꼬집었다. 

    헬기 점검과 관련해서 기존에는 러시아 제작사가 10년 주기로 점검을 수행했지만, 국내 업체로 점검을 전환하면서 2년 주기로 점검 기간을 단축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 업체가 러시아 헬기를 정비할 경험과 기술력을 충분히 갖췄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마주했다. 또 부품 수급 문제로 가동 중지된 헬기를 해체해 중고 부품을 재활용하는 실정인데 항공 부품은 피로 수명이 중요한 요소인 만큼 안전 문제가 제기된다. 

    공중진화대 인력 유출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초 공중진화대 총원 102명 중 가용 인력은 86명뿐이었는데 여기서 10명을 지방산림청과 국유림관리소로 파견했으며, 중앙산림재난상황실로 추가 파견이 예정돼 실질적인 현장 대응력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헬기 가동의 불확실성으로 지상진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림청이 '공중·지상 산불진화역량 확충'이란 비전을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다수의 인력을 파견 내며 발표한 내용과 정반대의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임상성 청장이 현장 업무 경험이 없어서 현장 중심 대응에서 리더십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임상섭 청장의 현장 업무 미경험으로 인한 미흡한 리더십은 지난달 순직한 故이영도 공중진화대원의 사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앞서 산림청은 이 대원의 하네스를 포함한 구조장비 구매 요청과 임무 수행을 위한 '응급구조사' 전문교육 요청을 예산과 구조실적을 이유로 반려했는데, 이를 두고 기관장이 현장 기반 지식과 공감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장의 모습과도 꽤나 닮아있다. 참사 당시 상황실에서 근무한 해경 본청 간부는 "해경 지휘부는 '현장 경험'이 부족해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나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조직 문화도 구조에는 소홀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청장을 포함한 해경 지휘부 10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 ▲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파견 통보안 ⓒ제보자 제공
    ▲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파견 통보안 ⓒ제보자 제공
    매년 산불 빈도가 늘어나는 상황은 산림청의 이같은 행정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킨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12~2월) 산불 발생 평균 건수는 1980년대 43건에서 1990년대 88건, 2000년대 128건, 2010년대 103건, 2020년대(2020~2024년) 154건 등 오름세다. 2020년대에 들어 5년간 발생한 산불 발생 건수는 1980년대보다 3.6배 많다.

    같은 기간 산불 발생 평균 일수도 1980년대 23일, 1990년대 35일, 2000년대 47일, 2010년대 44일, 2020년대 58일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대형 산불은 2010년대 연평균 1.6건에서 2020년 이후 연평균 6건으로 급증하며 4배 가까이 늘었다.

    산림의 상대 습도가 낮거나 건조 일수가 늘어나면 산불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데 기후변화로 건조한 날씨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건조특보 발효 평균 일수는 1990년대 36일에서 2000년대 48일, 2010년대 64일, 2020년대 66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겨울철 건조특보는 전국적으로 평균 66일간 발효됐다.

    이에 산림청과 산림과학원은 올해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을 전년보다 8일 당긴 지난달 24일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산불이 났을 경우 실질적인 화재 대응 실효성은 미지수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의 인원수를 갖고는 산불을 진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상당하다"며 "공중진화대원 인력 개선의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 ▲ 지난해 3월31일 발생한 평창 산불을 산림청 진화대원이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3월31일 발생한 평창 산불을 산림청 진화대원이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